지금까지 살면서 볼 인간들은 다 본것 같다

[암리차르] 국기 하강식과 골든템플

by ClaraSue


암리차르 골든 템플은 인도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답게 그냥 '사람' 자체가 너무나 많았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인구 수 1,2위를 다투는 국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어떻게 보면 페니가 고맙기도(?) 하다. 페니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이번 여행에서 암리차르의 골든템플은 커녕 히말찬 프라데시 주에서 절대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인도를 온몸으로 느끼지는 못했겠지. 지금껏 살면서 가본 관광지 중에 인도 관광지들이 가장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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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템플은 저녁에 불 켜졌을 때 보고 오후 5시 반에 한다는 인도-파키스탄 국경 국기 하강식을 보러 갔다 오기로 했다. 우선 인파를 뚫고 그 와중에 호객꾼을 하나 잡아서(우리가 잡힌 건가) 우리와 인도인 관광객 가족이 함께 가는 '쉐어 택시'를 예약했다. 이름은 '택시'인테 진짜 택시가 아니라 9명 이상이 쉐어 '지프'를 낑겨 타고 가는 건데, 지프 짐칸에 타고 덜컹거리를 비포장 도로를 1시간동안 가니까 정말 죽을 뻔 했다. 거기다 내가 덩치가 작다고 꼭 나를 짐칸에 태우는 거다. 순해 빠진(?)나는 또 아무 말도 못했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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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멀미를 심하게 하지 않는 편이었기에 망정이지 멀미 있는 사람이면 이미 끝장났다. 나의 혼이 거의 몸을 빠져나가기 일보직전에 지프에서 내렸다. 지프에서 내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하면서 자아 탐구를 하던 나는 또 1km를 걸어가라고 하는데 너무 화가 났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화를 낼 힘도 없이 포기하고 그냥 걸었다.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나는 이게 대체 뭔지도 잘 모르고 뭐 이런게 유명하대 그래서 그래 한번 가보지 뭐 하고 온거다. 사람들이 미어터지게 한 방향으로 어딘가를 향하여 단체로 미어캣처럼 가고 있는데 나는 대체 여기가 뭐하는 데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짧은 vip줄을 통과해서 경기장(?) 안에 있는 vip석으로 안내까지 받았다.

현지 인도 사람들은 이미 좌석이 꽉 차서 바깥에 있는 대형 화면으로 진행 상황을 구경하게 되었다.

페니와 나는 같이 지프 타고온 가족과 헤어져서 vip 석으로 들어갔는데 vip석 답게 모든게 완벽하게 보이는 첫 줄에 앉았다. 열기가 플레이오프 못지 않다. 길 옆에 관중석이 쭉 마련되어 있고 저 길 끝이 바로 파키스탄과 마주하고 있는 국경이다.

국경에는 게이트가 있고 게이트 이쪽편에는 인도 국기, 저쪽 편에는 파키스탄 국기가 펄럭이는데 바로 이 국기 기를 갈아 끼우는 하강식을 이렇게 화려하게 치루는 것이다.

너무 덥고 사람은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사람들의 이 열정! 국가를 사랑하는 열정! 애국심 이 미친 듯 했다. 왜 인도 사람들은, 이걸 보겠다고 여기까지 와서 심지어 안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밖에서 중계 방송으로 국기 내리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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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느낌이었냐면, 잠실 야구경기장이 만석일때, 경기 시작 전에 사람들이 줄서서 표 받고 각자 자리 찾아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아니 그것보다 사람이 많았다. 여기도 테러 방지 몸검사가 있었는데 이거 언제 줄 서서 기다리냐, 라고 거의 울기 일보 직전!

외국인이라고 vip 줄로 오라는 손짓을 받았다!

vip라니??!!

내가?

가난한 여행자인 내가??!!







하강식을 하기 전 파키스탄과 군인들과 인도 군인들이 기싸움(?)같은 느낌으로 응원전 같은 걸 하는데 인도 사람이 아닌 나도 인도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는 듯 했다. 인도 군인기도 하지만 펀잡 지역의 군인 인 만큼 펀잡 지역의 특색이 있는 예복식 군복과 다리를 쫙쫙 찢어 올리는 춤 혹은 자세는 참으로 인상깊었다. 멀리 문 건너편에 있어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파키스탄 쪽에서도 비슷한 동작을 취했고, 옷도 비슷하고 색깔만 달랐다. 내 취향에는 파키스탄 쪽이 더 멋져 보였다. 아무래도 바로 맞대로 있는 역이라 그런 듯 하다. 문화는 이렇게 비슷한데 나라가 다르다는 이유로 둘로 갈라져 있는 걸 보니 이상했다. 오히려 같은 인도 내에서도 펀잡과 다른 지방들이 이 접근해 있는 두 지역보다 문화가 훨씬 다를 텐데, 한 나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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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바로 그런 이유로 국기 하강식 같은 행사가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문화도 언어도 전혀 다른 사람들을 '인도'라는 한 나라로 묶기 위해, '옆 나라'라는 공동의 적을 만들고, 우리는 한 배를 탔다는 애국심을 고취시켜 한 공동체로 기능하게 하기 위해서.



한번쯤 볼만한 가치는 있었지만 땡볕에 앉아 (해가 지는 시기임에도 너무 더웠다.) 그렇게 땀을 뚝뚝 흘린 건 처음이었다. 사우나 온 줄 알았다. 겨우 빠져 나와서 인도 가족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옥수수를 사 먹었다. 길거리 옥수수에는 소금과 레몬을 발라준다. 위생따위는 페니나 나나 거의 포기했다. 땀흘려서 소금이 다 빠져나가서 그런지 옥수수에 뿌려진 소금이 왜이렇게 맛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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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를 먹는 우리 옆에서 쓰레기를 줍는 인도의 하층계급이 있었다.

인도의 하층 계급들은 왜그렇게 피부색이 까만걸까?


페니가 코코넛을 좀 나눠줬더니 계속 날 보면서 옥수수를 쳐다보고 그 엄마도 걔한테 나한테 가서 달라고 조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이럴때마다 너무 고민된다. 몇년이 지난 지금 훨씬 여유로운 마음으로 되돌아보니 그래도, 옥수수 하나라도 그냥 줄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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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덜컹거리는 지프를 타고 해가 져서 조금 선선해진 골든템플로 돌아왔다.

여전히 사람은 많았고, 곳곳에 누워서 파리떼에 뒤덮여 있는 사람들, 한편에 거울 대놓고 간이 미용실 차려놓고 사원 들어가기 전 콧수염 다듬는 사람들, 그 와중에 외국인이라고 우리 발견하고 가까이 와서 사진 같이 찍어달라고 하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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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외국인을 한번도 본적이 없어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인지. 나는 그런 사람들이 더 신기하다고!

하긴 터번 쓰고 전통 옷 입고 수염 기른 시크 교도 사람이 우리나라 오면 얼마나 신기하게 쳐다볼까.

사원 안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을 뚫고 뚫고 겨우 신발을 맡겼는데 페니가 양말을 신고 있었다. 사원 안에 들어가려면 양말도 안된다고 한다! 양말을 심지어 가방에 넣어도 안된다고(부정탄다고) 다시 가서 신발이랑 같이 맡기라고 한다. ㅠㅠㅠ 왜 발은 들어가도 되는데 양말을 안되는 거니 왜.



결국 다시 그 인파를 뚫고 양말을 맡기고 둘다 맨발로 사원 문 앞에 섰다. 암리차르 황금 사원은 시크 교도 사원이고 들어가기 전에 물웅덩이 같은 곳에 발을 담갔다가 들어간다. 사원 안도 역시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황금사원 답게 아주 넓었고, 한 가운데에 호수 같은 것이 있고 호수 안 인공 섬에 정말 '황금빛 사원'이 있다.

인파를 뚫고 한바퀴 돌아보고 무슨 공짜로 밥을 준다는 (불교의 보시 개념인 듯 했다) 무료 급식소에 들어가서 앉았는데, 와 사람들이 정말 역대급으로 많다.


The-Golden-Temple-India8.jpg 구글에서 비슷한 이미지 찾았는데 이것보다 몇배는 사람이 많았다 진짜루!


내 생에 이렇게 큰 무료 급식소는 지금껏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것 같다.

너무 보는 눈이 많아 차마 대놓고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소심한 나)

삭판을 받아서 다들 일렬로 바닥에 쭉 앉아 있고 그 사이를 봉사자들이 돌아다니며 식판에 음식을 부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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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사람 , 냄새, 모든 것에 압도되어 대충 '경험'만 하고 식판을 들고 나오는데 어떤 꼬맹이가 졸졸 쫓아와서 완전 긴장했다. 소매치기 일까봐 가방을 꼭 붙잡았다.

정말 거짓말 안하고 몇백을 넘어서 몇천 되는사람인 것 같았다. 그 사람들에게 매번 밥을 주는 것도 일이고, 그걸 다 받아서 설거지를 하는 것도 일이다. 황금사원까지 순례를 온 신실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설거지 군단으로 또 들어가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images?q=tbn%3AANd9GcSdu97ASyGGnhvf8sHZpYV_AIC5o1T-X62Ie0R87WD6bNw9S5E5&usqp=CAU 대충 이런 비주얼에 이런 설거지 느낌.(출처 구글)



그 많은 사람들에 치여 우리는 너무 힘들고 지쳤다.

사원은 이미 자리 펴고 누운 사람들로 가득 차서 우리가 앉을 자리조차 없었다. (살려줘...) 사원이 아니라 무슨 난민수용소 인줄 알았다. 공짜 급식소처럼 공짜 게스트 하우스도 있다고 했는데 나름 우리 둘이 찾으려고 노력했다가 포기했다. 나오는 길에 기대하지 않았던 세레모니를 보게 되었다. 황금 사원 안에 성서같은, 무슨 신성한 책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책을 꽃가마 같은곳에 고이 싣고여러 장로 들이 그 가마를 떠받치고 어딘가를 가는지 한바퀴 도는지 아니면 들어가는 길이었던지 하는 퍼레이드였다. 우연치 않게 황금 사원 안에 있는 황금 책까지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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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기 눈치보여서 막 찍어댄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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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_0491.jpg 우리 그래도 이 사진 하나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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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_0504.jpg 달도 엄청 컸는데, 설명할 길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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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에서 겨우 나와서 근처 숙소를 잡는데 호객은 호객대로 하고 가격은 가격대로 비싸고 시설은 기대할수도 없다. 그래도 방 3개쯤 구경하다가 첫번째 방으로 들어가서 1500루피나 내고 하루 묵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앞서서 여기 가자 저기가자 하고 다니던 소년이 우리보고 팁 내놓으라고 우기는 것이 아닌가.

이보세요 우리 당신 따라온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의논해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데 당신이 앞에서 얼쩡거린 것 뿐이잖아! 그런데 우리가 팁을 안주면 절대 안갈 기세로 버텼다. 그냥 5루피 줬다.

겨우 5루피를 받더니 그 사기꾼 소년은 사라졌다.



그래도 에어컨도 있는 방이었고 하루 종일 고생하고 샤워하고 누운 침대는 너무 달콤했다.

인터넷 서핑도 해보고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황금 사원 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받고 했다는데, 와가 보더가 너무 재미있었다는데, 나는 너무 피곤해서 그런 감동이 없었던 것일까.



전부 멋지긴 했지만, 내가 더 감동을 받았던 것은 사람, 인파였다. 사람 파도라는 말을 정말로 실감했다.

더운 날씨에 하강식과 사원을 보러 온 사람들의 열정이 더 감동적이었고, 사람들을 허접한 식사라도 대접하겠다고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이 대단했고 거기서 낑겨서 먹고 널부러져서 자는 모습들이 더 충격적이었다.




인도는 나에게 사람, 사람,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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