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raSue Jun 07. 2020

인도에서 만난 티베트

[인도-맥그로드 간지]


게스트 하우스에 있는 워캠 사람들이랑 맥그로드 간지에 있는 티벳 문화센터를 다녀왔다.


맥그로드 간지는 중국의 티벳 점령을 피해 티벳 사람들이 달라이라마를 중심으로 망명하고 있는 곳이다. 

티베트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하는 곳이고, 티벳 문화센터는 마치 작은 박물관 같은 곳이었다. 마네킹들이 티벳 전통 복장들을 입고 있고, 설명도 써 있다. 흥미롭게도 중국보다 훨씬 우리나라 전통 복장들과 비슷했다.






티벳 전통 공연을 전승하고 이어가는 학생들이 마침 연습 중이었는데 우리가 운좋게 구경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공연자들을 양성해서 티벳전통 문화 공연도 다니고 그러면서 인도에 있는 티벳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독립운동도 지원하는 것 같다.


티벳 청소년들이 전통공연을 연습하는 걸 보니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학생들에게 좀더 다양한 방과후 활동들을, 특히 예술이나 스포츠 방면으로 신체적 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이 있으면 좋을 텐데. 선택지도 맨날 방송 댄스, 힙합 이런거 말고 전통 춤, 공연 등으로 더 넓으면 좋겠다. 

나도 저런 전통 춤을 배우고 싶다. 공연 준비라는 걸 해보고 싶다. 한번도 나에게 주어지지도 않았던 기회.

나는 왜 어렸을 때부터 그냥 공부만 했을까.




한참 구경하고 있는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공연장 양철 지붕을 쏴아 하면서 비가 세차게 때리는 소리가 아직까지 귀에 선하다. 얼마나 소리가 큰지 옆사람 말소리가 잘 안들릴 정도다. 무섭게 쏟아진다.



조안나가 이 근방에 있는 볼만한 장소들은 모두 티베트와 관련된 곳들이라고 했다.

다함께 택시를 타고 티베트 대사원을 갔다가 여름궁전을 방문했다.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웅장하게 서 있는 티베트 사원은 정말 멋졌다.




사원 내에는 이렇게 기숙사들이 많이 있어서 티베트 승려들이 머물고 수련하고 있다.
승려와 대화도 나눌수 있었다.







달라이라마가 여름에 머문다는 여름 궁전은 

엄청나게 화려하거나 거대하지는 않았지만 잘 정돈된 사원 느낌이었다.

많은 티베트 예술가들이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주 섬세하고 공을 들여야 하는 티베트 불교 예술 관련 작업들이었다.


작업실의 풍경




맥그로드 간지에는 티베트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시간이 있는데 일부러 오전 11시 그 시간을 맞춰서 갔다.

다큐멘터리는 짧지만 슬펐다. 

중국의 통치 아래 있는 티베트가 우리나라 일제시대를 떠올리게 해서 나에게 더 슬프게 와닿았던 것 같다. 

우리는 일제시대가 이미 과거의 일이고 이렇게 현재를 살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그 시대 사람들처럼 억압받고, 싸우고, 서로를 불신하고, 고통받고 있었다. 

국제정치적으로 얽힌 복잡한 관계 때문에 티베트는 여전히 중국에 속해 있고, 독립은 요원해 보인다.


달라이 라마는 제정일치 사회 (?)인 티베트의 라마 (티벳 승려) 중에서도 가장 높은 티베트의 정신적 리더이신 분이시다. 현재 달라이 라마 다음으로 2인자이신 판첸 라마가 중국 정부에 의해 납치되고 가짜가 내세워져 있는 상태고, 이를 염려해서 현재 달라이 라마 님은 더이상 환생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종교와 전통과 문화를 모두 인정받지 못하고 본래의 땅에서 쫓겨나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운 티벳 사람들을 보니 우리 나라 망명정부도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맥그로드 간지에 있는 일본 음식점 주인이 티벳 독립을 지지하는 일본사람인데 일제 식민지는 긍정하는 극우파라고 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중국인은 티벳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렇게까지 티벳을 억압하면서 얻는 것이 뭘까....




하고 봤더니 티벳 영토가 굉장히 크다. 티벳 점령하면서 베이징부터 수도 라싸까지 다이렉트하게 철도를 뚫어버렸고 그 철도를 통해 본토인 이주를 엄청 시키고 마오쩌둥 시대에는 학살도 많이 했다. 여전히 티베트 사람들은 맥그로드 간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티베트를 이어가고 티벳 불교를 이어가고 독립하기 위한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투시타 명상센터에서 명망있는 라마께서 설명회를 하신다고 해서 가봤다.

법회 내용은 무슨 명상법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티벳어로 말씀하시면 옆에서 다른 스님이 영어로 통역을 해 주신다. 그런데 모르는 단어도 많고, 말도 너무 빠르고 나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점점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벽에 '사형장에 끌려가는 사형수처럼 우리는 매일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인도에 오기 전 엄마의 책장에 꽃혀있던 '성자가 된 청소부' 라는 책의 첫장에 나온 글귀와 비슷했다. 그 구절을 보고 충격받았었는데. 

"우리는 모두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모두 죽음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무엇인가 더 높은 곳, 더 나은 삶, 이루어야 할 목표, 희망찬 내일을 위해 나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든 사람이 가고 있는 길의 끝은 무덤이다.

우리의 매일매일은 무덤을 향해 걸어가는 길이다. 

그렇게 들으면 뭔가 무서운 저주인 것만 같지만 반대로 내가 죽음을 향하여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명확해진다. 

미워하고, 슬퍼하고, 좌절하고, 우울해하면서 보낼 시간이 없다. 어차피 죽음으로 향하는 길인데, 조금 더 행복하고 끝에 가서 후회하지 않도록 살기.



여행을 떠나기 전 대체 거기 가서, 그거 해서 뭘 하려고 하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나 스스로도 생각했다. 왜 가는 거지. 

그런데 그냥 가고 싶으니까 가면 안되나? 꼭 무언가를 하는데 목적이 있어야만 하는건가? 

뜨개질이 그냥 재미있으니까 하는거고 꼭 뜨개질로 목도리를 짜야만 하는 건가?

어차피 이렇게 살아도 죽음으로 가고, 저렇게 살아도 죽음으로 간다면 나는 그냥 재미있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 그 길을 걸어갈테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티베트 스님의 명상에 대한 설명회에 와서 나는 2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간 낭비같다.

하지만 파울로 코엘료가 그랬다.

 '어느모로 보나 시간낭비인 짓을 하는 데도 당신은 웃고있군요, 

그럼 그 것은 더이상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 라고. 











작가의 이전글 인도 아줌마들과 택시 여행_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