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raSue Jun 06. 2020

인도 아줌마들과 택시 여행_2

[인도-카솔]


페니는 눈치가 없는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그냥 우리 사이는 조금 서먹해졌긴 했지만 변함없이 행동했다.

두번째 내린 쉬는 곳에서는 '평범한' 화장실을 찾는다고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평범한' 화장실이 어디냐고 사람들에게 묻는 페니를 보고 어이없는 헛웃음이 나올수밖에 없었다.

평범하다니. 보통의 화장실이라니. 여기서는 쪼그리고 앉는 좁고 더러운 화장실이 평범한거라고.

새삼스럽게 평범과 보통의 정의에 대해, 상대성에 대해 생각했다. 

너의 세상에서는 양변기가 평범한 것이겠지만 여기에서는 그게 특별한 거야. 

특별한 화장실을 찾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 아무리 평범한 화장실을 외쳐봤자 네가 원하는 화장실은 찾을 수 없을 테니까.


순식간에 평범한 것이 특별한 것이 되고 특별한 것이 평범한 것이 된다. 

그러니까 평범하거나 특별하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고, 평범하거나 특별하고 싶다고 안달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기준이라는 것은 사회와 문화와 사람들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니까.

그냥 나 자신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해.






이번 여행에서 페니가 가장 고대하던 온천이 있다는 카솔에 저녁 7시쯤 도착했다. 또 지인이(가족이-인도 사람들은 다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다....) 운영하는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오랫만에 만나는 가족인지 다같이 응접실 같은 곳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페니와 나는 멀뚱멀뚱 앉아있었다. 서로 인사하고, 안부묻고 그러는 인사치레 하는 자리였다. 우리를 방으로 안내해주고 다른 사람들도 알아서 잔다는데 우리한테 엄청 좋은 방을 주고서는 다음날 아침에 800루피를 내라고 했다. 우리가 너무 비싸지 않냐고 하니까 피크시즌이라고 변명을 해댔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짜고치는 사기에 걸려든 우리가 잘못이지. 방은 좋았지만 출발전에 우리가 들었던 만큼 이번 여행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저녁 먹자 어쩌자는 말도 없어서 배고픈데...이러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자기들끼리 몰래(?) 먹었다. 참. 어이없네. 인도 사람들은 돈을 참 좋아하고, 특히 외국인에 대해서는 이정도 돈쯤은 너희에게는 껌값이잖아 그렇지? 이러면서 잘도 떼어먹는 것 같다. 페니와 내가 강력하게 따지지도 못하니까 더 그런 것 같다.(사실 우리가 따져도 본전도 못건졌다 얼마나 철저하게 반박을 해대는지, 녹음이 꼭 필요하다)



밤에는 옆방에 놀러온 인도 남자애들이 새벽 4시 5시에 옆 테라스에서 술마시고 주정을 해대고 엄청 시끄러워서 깼다. 아침에 우리가 출발 언제 하는지도 모르고 밖에 구경하고 오자 했더니 이미 아줌마들은 일찍 일어나서 자기들끼리 카솔 시내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참내. 페니랑 한바퀴 돌았는데 카솔은 한번도 여행할때 머무를 곳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었지만 의외로 히피 여행자들이 많았다. 여기 들러서 며칠 있어도 괜찮겠는걸.


카솔 온천은 시내에서 떨어져 있는데 아주 규모가 크고 시크교 부분, 힌두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듯 했다.






우리는 아줌마들이 힌두교니까 힌두교 사원으로 갔는데 얼핏 봐도 시크교 온천이 더 크고 좋아보였다. 남자탕은 다 노천탕인데 여자들은 무조건 실내 탕이다. 힌두 사원까지 똥냄새를 맡으며 올라가서 드디어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온천은, 퀴퀴한 시멘트 건물 안에 있는 동네 목욕탕 스타일 탕 하나였다. 어둡고 대체 물이 더러운지 깨끗한지 느낌도 안왔다. 페니는 피부병 걸릴까봐 주저하다가 굳이 수영복까지 갈아입고 들어갔는데 다들 들어가서 오래 앉아있는게 아니라 그냥 잠깐 물 만지고 나오는 거였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는데 사실 인도 온천에 크게 기대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곳도 관광지라 인도 사람들이 페니에게 달려와서 애기를 무조건 안겨주고 사진 같이 찍어주자고 난리다. 


심히 억지로 웃고 있는 나의 표정. 인도 아줌마들과 함께...




그렇게 사진 계속 찍다가 우리도 지쳐서 (대체 왜 모르는 사람들이랑 사진을 찍어야 하는 거죠) 택시로 미리 돌아왔다. 아줌마들은 쇼핑하느라 정신 없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다람살라랑 다를게 없는 가게들인데 무엇을 산다는 건지 모르겠다. 





택시 아저씨(나보다 어린)는 한달에 7000루피를 받아서 4인 가족을 먹여살린다고 했다. 나랑 페니한테 처음에 결혼 안했다고 하면서 결혼해서 자기를 너네나라로 데려가 달라고 그런 말을 했다. 이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남자건 여자건 선진국 사람과 결혼해서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생각. 말은 그렇게 해도 나중에 와이프 사진, 가족사진 보여줬다. 다들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하는 거지?


택시 아저씨와 함께



이렇게 장거리를 운전하면 잠은 차에서 잔다. 내가 차값으로 이번에 2000냈는데, 내 돈은 기름값 뺀다고 해도 다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는 거야. 바로 택시 고용주인 사트나 남편이자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 주머니로 들어간다. 알고 봤더니 그 아저씨가 부자라고. 맥그로드 간지에도 가게가 있고, 게스트 하우스도 크고, 다람콧에 땅도 있고. 그러면서 사기를 이렇게 쳐?? 정이 뚝뚝 떨어진다. 




카솔을 끝으로 드디어 다람콧으로 출발. 거의 도착해서 다람살라에서 밤 9시에 단체 저녁을 먹자고 한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기 싫은거야..?


살면서 들을 인도 노래도 다 들었다. 

인도 냄새도 다 맡은 것 같다. 

이제 그만 두고 싶다, 할때 겨우 방에 도착했다. 

드디어 내일 아침에 모든 것이 끝난다. 페니도 떠나고 나도 숙소를 옮길거다. 

끝까지 추가비용 받고 드디어 내 워크캠프 같지 않은 워크캠프는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들은 이야기는  페니가 게스트하우스 사장에게 사기치고 튀었다는 거다.

나중에 동네에서 사트나를 마주쳤는데 나한테 페니 연락처 아냐고 연락하냐고 따지길래 아니 모르는데 그랬더니

페니가 택시 타고 공항까지 갔는데 택시비를 택시 기사한테 주기로 해놓고, 택시 기사한테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미리 냈다고 하고 먹튀했단다. 그러면서 이메일을 보냈고 어쩌고 하는데 내 속으로는 푸하하하!! 웃음이 났다. 내가 못한걸 페니가 했네! 자랑스럽다!



인도 사람들은 카르마(인과응보) 를 믿을 텐데, 이 사람들은 어떤 카르마를 받을지 궁금하다. 이렇게 부정직한 방법으로 돈을 벌면 안되지.

뭐, 돈 많이 내고 누구도 할수 없을 인도 아줌마들과 여행을 갔다는 경험을 하긴 했으니 너무 열받지는 않기로 했다. 심지어 이 여행 이후로 다람콧에서 아줌마들이 곳곳에서 엄청 아는 척과 친한 척을 한다. 부담스럽게. 




작가의 이전글 인도 아줌마들과 택시 여행_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