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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aSue Jun 10. 2020

우연에 몸을 맡길 수 있을까

[인도-바쉬싯] 폭포 하이킹, 패러글라이딩


 

바쉬싯에 뭔가 있을까 해서 가봤는데 올드 마날리건 바쉬싯이건 택시 타고 아줌마들이랑 같이 왔을 때 본게 끝이었다 그냥. 더 볼 것도 없었다. 여기서 뭘 하길래 오래 머무른 다는 거지. 

마날리에서 액티비티도 다 우기 시즌이라 끝났고. 

그냥 레로 바로 올라갈까 생각해서  버스를 예약하러 정부 관광청으로 갔다. 그랬더니 24일 오전에 레로 가는 정부버스가 있는데 중간에 자고 가는 2일이라고 했다.

 우연히 맥그로드 간지에서 만났던 한국인들을 다시 만났는데 미니밴 타고 2000루피 내고 19시간 다이렉트로 레로 간다고 한다. 나도 그냥 정부 버스가 아니라 밴을 타고 가야 하나 싶기도 하고. 고민이다. 


차라리 오래 머무를 거면 카솔이 낫겠다. 마을 쪽에서는 인도 결혼식이 한창이었다. 운 좋게도 결혼식이 어떤 분위기인지 엿볼 수 있었다. 마당에서 전통 혼례같은 걸 하는데 사람들을 바글바글, 신랑 신부는 눈에 딱 띌만큼 화려한 예복을 입고 있다. 거의 마을 잔치 수준이다.




오르락 내리락 하다 더워서 괜찮아보이는 게스트 하우스 루프탑으로 가서 시원한 음료수 한잔 시켰는데 거기서 또 다른 여행자 한무리를 만나서 수다 떨게 되었다. 내일 마을에서 무슨 큰 푸자를 하는데 마을 사람들 전체가 산에 올라가서 호수에서 하루 자고 온다고(?) 그런 행사가 있다고 한다. 

지금 폭포를 간다고 한다고 해서 나도 같이 따라 갔다. 할 일도 없도 잘됐지 뭐.




폭포로 올라가면서 한국인을 한명 만났고,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우연찮게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항상 해야할 일과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 삶에서 처음으로 벗어나서 백지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신기하게도 잘 풀리고 있다.

백지 같은 삶은 무섭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발씩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것이 깜짝 선물이 되기도 한다.






한국인 여행자 분이 솔랑밸리에서도 아무런 액티비티가 없는데 자기가 우연히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곳을 한군데 찾았다고 하면서 파일럿에게 다이렉트로 연락할 수 있는 명함을 주었다. 와! 이거야 말로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올라가서 성추행이 있다든지 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물어봤는데 파일럿도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서 더 안심이 되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낫겠지.


벌써 몇년이 지나 아직도 하는지는 모르겠다.


다음날 오전에 일찍 패러글라이딩 하러 가는데 아니 맨날 길에 널려있던 릭샤가 안잡히는 거다! 

이게 뭔 일이야 하고 당황하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알고보니 어제 갔던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던 웨이터였다! 그 레스토랑도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사장님은 안계셨고  우리는 양고기 버거를 먹었었다. 그리고 웨이터랑 사장님이 어쩌고, 마날리가 어쩌고 하면서 이야기를 좀 했었는데 그 사람이 날 아는척 해 준거다.


혼자라 무서워서 포기했던 마날리 숲길을 함께 걸어 뉴마날리까지 내려갔다.  알고 보니  무슨 날이라고 릭샤가 다 일 안한다고 했다. (휴일인지 뭔지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 웨이터가 여기저기 전화해서 알아봐주고 택시를 잡아 줬다.  완전 운이 좋았다! 새로운 깜짝 선물. 




마날리는 산과 강이 있어 멋지다고 하는가보다.


간신히 시간 맞춰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구비구비 산을 올라가서는 어딘가에서 낙하산(?)을 펼치고 준비를 한다. 


이 낭떠러지를 달려 내려 가라고?


 아니 왜 대체 이 사람들은 설명을 안해줘.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어리버리 하고 있는 나에게 갑자기 이리 오라고 하더니 이걸 메고 같이 달린다고 한다. 엥 이 언덕을 달려 내려간다는 것이야..? 영문도 모르고 겁에 질려 달리기를 열심히 하라고 해서 발을 열심히 굴렀는데 몇발자국 안가서 발이 땅에서 부웅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에서 본 마날리는 어메이징 했다. 못했으면 두고두고 한이 될 뻔 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산들, 구름들, 그 밑을 구불구불 흐르는 강, 강따라 펼쳐진 마을들. 새들은 이렇게 맨날 날아다니면서 사는거지? 다시 태어난다면 히말라야의 독수리가 되고 싶다! 하늘을 누비면서 살고 싶다!







우기라 날씨가 어떻게 변덕을 부릴지 몰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딱 날씨 맞춰 패러글라이딩을 탈 수 있었다. 

한편으로 사고날까봐 덜더 떠는 무서운 마음 반, 날고 있다는 환상적인 느낌 반, 이렇게 반반 이었다. 

아저씨는 역시 추천받은 대로 굉장히 매너있는 사람이었고 9년 넘게 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실력도 좋았다. 어차피 손님도 나밖에 없어서 더 길게 , 다른 곡예 (360도 도는 것 같은)도 하자고 했는데 내가 죽어도 못한다고 했다.... 그만한 용기는 나지 않았다. 결국 아저씨 입장에서는 심심하게 경치 구경이나 하다가 내려왔는데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호주에서 했던 스카이 다이빙과 또다른 경험이었다. 케언즈에서 펼쳐졌던 바다와 마날리에서 펼쳐졌던 산과 강은 정반대였고 둘다 너무나 멋진 경험이었다. 케언즈에서 스카이다이빙 같이 했던 아저씨처럼 인도 아저씨도 자기 직업이 너무 좋고,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직업이라고 했다. 자기는 스카이 다이빙 자체가 재미있고, 사람들이 항상 최고의 경험이라고 행복해 하니까 좋다고. 멋지다.  나도 그렇게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허황된 꿈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나는 정말로 자신의 일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세상은 넓고 사는 법은 다양하다. 불행해하며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넓다. 






저녁은 바쉬싯에 있는 일본식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나에게는 간이 심히 짰다. 그래도 미소 된장국을 한입 먹는 순간 아 이맛이지 하면서 마음속 깊이 감춰두었던 한국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 올랐다. 난 정말 한국 음식때문에 해외에서 살기 힘들거야. 입맛이 너무 신토불이라고.

마닐라 사과주스도 마셨다. 마닐라에서 사과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직 시즌은 아니다.


레스토랑의 뷰


날씨가 갠 마날리에서. 내가 찍은 단 한장의 사진.




밤에 바쉬싯에서 올드마날리로 넘어오는데 어두 컴컴한 길을 릭샤 아저씨가 완전 빨리 달려가는 거다. 내 생에 그렇게 무서운 릭샤는 처음 타봤다. 마날리 총알 릭샤였다. 여기서 잘못 밟으면 그냥 절벽으로 떨어지는 거에요 그냥 끝나는 거에요. 다행히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고 부시럭 부시럭 다음날 오전 레로 갈 짐을 쌌다.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새로운 문을 열고 새로운 일들을 하면서. 왜냐하면 우리는 호기심이 많고 그 호기심이 우리를 새로운 길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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