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카슈미르를 위하여

[인도-스리나가르]

by ClaraSue

판공초 다녀 와서 컨디션이 점점 안좋아지는데 여기서 사귄 친구들도 다 떠나고 사기도 당해서 레에 정이 떨어졌다. 길이 뚫렸다고 해서 바로 스리나가르 가는 택시를 예약해서 밤새 올라가기로 했다. 더 쉬었다가 갈까 했지만 뭔가 바로 스리나가르로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SAM_0989.jpg 여권 검사를 하던 직원


밤새 덜컹거리는 택시에서 졸다가 새벽 5시 스리나가르에 도착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 호객꾼들은 계속 붙고, 바가지도 너무 씌우는 거다.

정말 다 지긋지긋해졌다.

깔끔한 곳으로 가고 싶다, 흥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이 정직한 곳으로!

어찌어찌 미리 알아둔 스리나가르 달 호수 위 숙소 뉴미니벳까지 타고 잘 도착했다.

스리나가르도 워낙 악명이 높아서 계속 긴장하고 있었던 탓에 도착하자 마자 앓아누웠다.

돈을 좀 썼다. 뜨거운 물도 나온다.

핫 샤워를 30분 동안 하고 밥 먹고 감기약 먹고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여독이 풀리지 않아서인지 몸살에 지독하게 걸려 버렸다. 몸도 마음도 지친다.



숙소에 와이파이가 안된다(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냥 맘편히 심을 사서 데이터 사용 하는 걸 추천한다.

오후에 시내에 나와서 와이파이를 찾아 삼만리. 물어물어 간신히 와이파이가 있다는 레스토랑 가서 밥도 먹고 인터넷도 사용하는데 거의 내 팔뚝만한 까마귀가 옆에 날아와서 앉았다. 까마귀가 이렇게 큰 줄 처음 알았다.

다시 숙소에 돌아왔더니 한국이 2명이 체크인해 있다. 같이 호수에서 뱃놀이 하면서 노을을 봤다.

배는 시카라라고 부른다.

달 레이크는 아름답고, 평화롭고, 조용하고, 모든것이 호수에 비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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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이 달 잡으로 물 속으로 들어갔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호수에 비친 세상이 너무나 선명해서 나도 거기 들어가도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또 배로 장사꾼들이 따라 붙었다. 별걸 다 판다. 심지어 환전도 한다. 불법으로 맥주도 판다. (스리나가르는 이슬람 구역이라 알콜을 판매하지 않는다)

우리가 절대 안샀더니 한국인들 정말 이상하다고 왜 물건을 절대 안 사냐고 완전 자린고비라고 투덜거리면서 노를 저어 사라진다. 우리가 자린고비가 아니라 돈이 없는 가난한 배낭여행자라 그래....


숙소에서 밥을 먹는데 모기가 떼로 몰려든다. 내가 밥을 먹는지 모기를 먹는지 모르겠다.

엄청 급히 후다닥 먹었더니 체한 느낌.


아침에 야채 수산시장에 갔는데 규모도 작고 별게 없었다.

오늘도 셋이 릭샤를 함께 빌려서 스리나가르 올드타운을 구경하기로 했다.



스리나가르 저쪽 편은 부자 동네 같던데, 집도 거의 저택 수준이고 거리도 넓고. 우리가 간 올드 타운은 말 그대로 올드답게 후지고, 더럽다. 허허. 릭샤 아저씨가 자꾸 다리를 만날때마다 세워주면서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뭘 찍으라는 거지. 별로 감흥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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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들을 구경했다. 3군데인가 갔는데 몇군데는 들어가지도 못했고 밖에서 구경만 했는데 돈(기부금) 내라고 해대서 또 열받았다. 무슨 돈을 이렇게 좋아해. 종교야 사기꾼이야.

릭샤 아저씨가 스리나가르는 100% 모두 무슬림이라고 했다. 그래서 힌두교인 인도와 계속 트러블이 있는 거다. 독립시켜 달라고.



카슈미르는 인도와 중국, 파키스탄의 경계에 있는 산악 지대로 현재 제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 후두 지역으로 분할되어 북부는 아자드카슈미르로 파키스탄령, 남부는 잠무카슈미르로 인도령이 되었다. 이후 인도는 카슈미르 전체를 인도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반환을 요구하고 있어 지금까지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지역, 카슈미르 (살아있는 지리 교과서, 2011. 8. 29., 전국지리교사연합회)



다 100% 이슬람이니까 다 같은 휴일에 쉬고 다 같이 시간 맞춰서 고래고래 확성기로 노래 틀고(무슬림 노래인 것 같다. 도시 전체에서 나오길래 북한에서 세뇌교육 하는 줄 알았다)

다 똑같이 돼지고기, 알콜 안먹고 다 똑같은 룰에 맞춰서 사니까 정말 편할 것이다.

갑자기 그냥 문화와 종교에 따라 각자 나눠져서 살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 없는 곳이 좋으면, 종교 없는 나라 가서 살고, 이슬람이면 이슬람 국가에서 살고, 기독교면 기독교 국가에서 살고, 다 뭉쳐서 살고 싶으면 다 뭉쳐 사는 나라 가서 살고.

그냥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자유롭게 살면 안되나.

근대의 '국가'라는 개념이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종도, 문화도, 역사도, 관습도 다른데 왜 한 '국가' 여야만 하는거지.



그래도 다 똑같은 모습으로 사니까 다른 문화나 종교에 대해 더 배타적이고 폐쇄적이 될 수밖에 없겠다, 싶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모두 무슬림인 곳에 와본 경험은 거의 처음이다(모로코 이후, 사실 모로코에서는 그다지 이슬람을 느끼지도 못했다, 너무 짧았다고) 나에게는 아직 익숙치 않은 종교라 더 신기했다.

내가 상상한 것처럼 갑자기 길 가다가 시간이 되면 절을 한다거나 뭐 이런 건 보지 못했다.

어떤 여자들은 다 가리고 있지만 어떤 여자들은 또 머리만 가렸다. 기준이 뭘까.

이슬람교에 대한 공포? 같은 것이 나도 모르게 있었는데 내가 겪은 이슬람교는 그냥,

기독교나 불교같은 종교일 뿐이고, 무슬림은 그냥 이슬람교를 믿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제일 큰 이슬람 사원에 우리 셋이 들어가서 예배 보는 것 구경도 하고 나왔다.

SAM_1210.jpg 모스크 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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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_1230.jpg 카슈미르 시내 전경
SAM_1232.jpg 카슈미르 학교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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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여자들은 바깥쪽에만 앉을 수 있다.

마치 한국에서 제사 지낼때 여자는 음식 준비만 열심히 하고 절도 못 하는 것 같구만.

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들에서 비슷한 문화가 생기는 걸까? 인간의 본능적으로 사회의 문명화 단계에서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넘어고, 남성이 우위에 있는 문화와 종교가 생기는 것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일인 건가?

종교와 문화에 대한 주제는 항상 흥미롭다. 더 공부해 보고 싶다.




탄두리 맛집이라는 곳을 갔는데 속이 안좋아서 맛도 못보고 바나나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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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친구는 이제 파키스탄 훈자마을로 넘어간다는데 대단하다. 나중에 연락해 보니 훈자마을이 지금까지 간 곳 중에서 제일 좋았다고. 나는 파키스탄이 갈 수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다.

그 나라가 어디 붙었는지도 몰랐고( 중앙아시아인줄 알았다) 파키스탄에 무엇이 있는지도 몰랐다.

내 스스로가 정말 무식하다는 사실을 다시 절감했다. 이래서 사람이 우물밖을 좀 다녀야 한다니까. 시야를 넓혀야 돼. 다음 여행은 카람코라 하이웨이를 넘어 훈자 마을로 갈 계획을 세워야겠다.



저녁에 마지막으로 공짜 시카라를 얻어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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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_1254.jpg 숙소의 포도나무. 외갓집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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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_1252.jpg 숙소에서 만난 장미


비가 오려나 구름이 잔뜩 껴서 멋진 노을을 보지 못했지만 호수를 떠다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다만 어떤 아줌마가 연밥을 열심히 따시다가 반갑게 인사하고 굳이 따라와 연밥을 까줘서 입에 넣더니 쫓아오면서 돈 달라고 했다. 그놈의 돈, 돈, 돈... 이제 친절인지 사기인지 더이상 구분도 못하겠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생각을 가지고 마음을 너그럽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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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194.jpg 아니 내가 이런 사진들을 찍었단 말이야? 너무 멋진데.



저녁에 아저씨가 끓여준 카슈미르 차를 한잔 마시고 감기약 먹고 일찍 잤다.

카슈미르 차는 깜짝 놀랄만큼 내 스타일이다. 차를 즐기는 편이 아닌데.

다시 찾아보려고 했는데 어떤 종류의 차인지 기억이 안난다.


그러고보니 스리나가르가 있는 카슈미르 지역이 바로 캐시미어의 본고장이다. 이 지역의 캐시미어 염소털로 만든 원단이라 카슈미르, 영어식으로 읽으면 곧 캐시미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래서 호수 위에서 공방도 보고 배에서 스카프도 팔고 그랬던 거다.

기념품으로 사갈까 했는데 진짜 사기 당하기 딱 좋을것 같아서 오히려 살 수가 없었다. 진짜 캐시미어인지도 못 믿겠고 가격도 못 믿겠고 아무것도 못 믿겠다. 여기서 기념품을 사려면 마음을 비우고, 바가지를 쓴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진짜 캐시미어라고 그냥 딱 믿고! 구매하는 수밖에 없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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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는 그때도 분쟁 지역이었지만 잠깐의 평화가 온 상태였고, 지금은 다시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중국에 있을 때 중국과 카슈미르 지역에서 한참 또 난리가 났다고 들었는데.

1962년 말 중국은 카슈미르의 동쪽을 침공하여 중국의 영토로 편입시켜 버렸고 그렇게 지금까지 나뉘어져 있다. 그 이후 아시아의 화약고로 중국, 인도, 파키스탄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지역이다.


달 호수의 평화로움은 말 그대로 호수에 비친 그림자였을 뿐이었던 것이다.

인도 어딘가에서 테러가 일어났네 전쟁이 났네 하는 소리를 지금껏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하지만 내가 다녀온 바로 그 곳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제 캐시미어 100%라고 쓰여 있는 스카프를 볼때마다

나는 스리나가르의 달 호수와 카슈미르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들.

술을 마시지 않고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러 가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삶에 평화가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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