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자이푸르]
인도 여행 중 가장 북쪽 스리나가르까지 왔으니, 여기서 그냥 비행기 타고 자이푸르로 내려가기로 했다.
시간도 없고 , 힘들고, 저렴한 국내선을 겸사겸사 이용하기로 했다.
오후 3시 45분 비행기라 오전 내내 게스트하우스에서 뒹굴거렸더니 출발하기 직전에 장대비가 쏟아진다.
게하 주인아저씨가 나보다 더 애타하면서 빨리 배타고 나가야 한다고 부른다.
스리나가르에서 너무 하릴없이 미적대고 있었던가 싶기도 하고, 레에 더 머무를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스리나가르 공항은 정말 작았는데, 내 생에 이렇게 보안 빡빡한 공항 처음이다.
와우. 짐 검사만 4번은 한것 같은데, 짐을 내려주고 올려주고 하는 사람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달려와서 서비스를 제공해놓고 나한테 또 돈 달래. 휴. 누가 팁 문화를 전파해준거지.
내가 도와달라고 안했잖아. 제발 관둬.
가난한 여행자로 여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델리에 도착했더니 pp카드로 라운지를 쓸수 있었다. 국내선 라운지라 그런가 먹을 건 스프정도밖에 없다.
인터넷서핑 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final call을 하고 있어서 눈썹 휘날리게 달렸다.
다행히 비행기는 잘 탔고, 밤 8시 반, 무사히 자이푸르에 도착했다.
벌써 캄캄해서 뭣도 하나도 안보이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택시를 타서 게하 주소를 말해줬다.
그런데 택시 아저씨가 거기 전화 해 본다고 하더니 방이 없다고 자기가 딴데를 데려다 준다 뭐 이런 소리를 하는 거다. 짜증나서 내가 다시 전화해서 물어본다고 해댔더니 그냥 거기로 데려다 준다고 한다.
안 그래도 갑자기 몸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데 기분까지 더 저조해지고 있다.
어쨌든 무사히 게하 입성 후 침대에 쓰러졌다.
한달에 한번 오시는 손님이 오신 거다. 어쩐지 몸살이 나고 그러더라.
그날이 시작되기 전에는 면역체계가 다 무너지는지 꼭 탈이 난다.
약을 먹어도 배가 아프다. 낯선 방에서 웅크리고 누워서 세상을 저주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여행갔을 때 죽을 뻔한 적이 또 있었다. 혼자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새벽 4시에 배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못자고 일어나 진통제를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거의 기어가다 시피 했던 그 기억....
매달 느끼는 거지만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는 남자들이 부럽다. 이런 비루한 몸으로 꾸역꾸역 여행을 하겠다고 다니는 내 자신이 싫다 나도. 다행히 30분쯤 지나자 약효가 돌아서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나에게 어제 준 진통제와 생리대 비용을 내라고 한다.
난 서비스인줄 알았더니 그럼 그렇지. 공짜일 리가 없다.
인도에서 만난 티베트 사람들은 정말 친절한데, 인도 사람들은 진짜 바가지 장사꾼 같다. 편견을 가지면 안되지만 점점 편견이 심해지고 있다.
오전에 뭣도 모르고 조드푸르 가는 기차표를 기차역까지 가서 구매하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까 헷갈리고 뭐가 복잡하길래, 직접 가서 구매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기차역까지 가는데 릭샤 흥정하느라 진빠지고, 기차역 내에서도 대체 어디서 표 끊어야 하는지 몰라서 3군데를 돌면서 헤매다가 역 정문에 있는 예약센터로 드디어 가서 줄을 섰다.
그런데 기차, 자리 확인하는 창구 따로 있고, 돈 내고 실제 표 받는 창구 따로 있는거다.
나는 줄을 잘못 서서 또! 기다렸다. 마음에 드는 시간이 없어서 심지어 후퇴했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기차역을 나서서 또 흥정을 시작해야하는 건가 하는데, 시티팰리스까지 가는 버스가 있단다.나도 버스타고 가지 뭐! 그래서 20루피 주고 현지 버스를 탔다.
밴을 개조해서 만든 거의 최하등급 사설 버스였다. 에어컨도 없어서 창문은 다 열어 제꼈고, (창문을 연건지 애초에 창문이 없었는지) 덕분에 흙먼지도 잔뜩 마시면서 자이푸르 시내를 구경했다. 히말찬 지역에 있다가 찜통 더위속으로 다시 돌아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행히 우기라 구름낀 날씨라서 델리보다는 덜 더웠다.
시티팰리스라고 해서 내렸더니 하와마할(바람의 궁전)이 있다.
그 앞에서 딱 봐도 한국인으로 보이는 2명의 남정네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외롭고 힘들었던 마음에 너무 반가워서 가서 얼쩡댔다.
그렇게 약간 어리둥절(?)해 보이는 두명과 하와마할을 같이 구경하고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하와마할은 생각보다 작았다.
자이푸르는 핑크시티라고 하는데 이렇게 건물이 붉어서 그렇다.
그러고보니 자이푸르가 있는 지역도 새로운 지역이다.
히마찰, 펀잡지역을 거쳐 라자스탄. 스탄이라는 말은 ~의 나라 라는 말이라고 한다.
파키스탄은 파키인들의 나라, 아프가니스탄은 아프간들의 나라,
그래서 라자스탄은 라자들의 나라라고. 라자는 왕이라는 뜻이다. 라자들이 다스리던 지역이라 그렇다.
인도는 참으로 큰 나라고, 지역마다 다른 느낌이다.
판타지 세계 같다. 북쪽의 고대 숲 지역, 남쪽의 열대 지역,
라자스탄 지방은 서부의 사막 느낌. 자이푸르에서도 시내에 낙타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점심은 나름 유명한 레스토랑이라는 곳에 갔는데 별로 맛은 없었다.
나는 그저 오랫만에 한국 사람들 만나서 즐거웠다.
둘은 친구고, 한국에서 회사원들이고, 휴가 최대 9일 내서 인도 단체 자유배낭여행으로 온거다. 스케줄과 숙소, 교통편(기차 등)은 같이 예매 해주고 도착지에 도착해서는 알아서 돌아다니는 여행이라고 한다. 오 그것도 꽤 괜찮은데? 나이대도 우리 동기 오빠들이랑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잊고있던 한국 생활이 또 떠올랐다. 회사 관두고 싶다는 이야기, 주식 이야기, 로또 당첨되야 한다는 이야기들.
맞다. 나도 이런 이야기 하고 살았었지. 인도 오기 전까지.
나와서 라씨를 먹었는데 가장 친환경적인 그릇에 담아준다.
먹고 바닥에 던져서 깨 버리면 흙으로 돌아가는 토기 그릇. 라씨 뿐 아니라 깨는 맛도 쏠쏠하다.
-
다음 목적지는 암베르성. 이번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제대로 된 시내 버스를 타고 암베르성으로 출발!
규모가 생각보다 엄청 크고, 구름 낀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무지 더웠다.
당연히 사람도 많았다. 인도 관광객이든 외국인이든.
그런데 인도 관광지에 사람이 많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암베르성은 그나마 규모가 엄청 커서 다닥다닥 붙어있는 느낌은 없었다.
거기다 컨디션도 100% 회복된게 아니라 너무 힘들었다.
암베르 성 내부가 기억에 남는다기 보다는...앞에 에어컨 빵빵한 까페가 있었는데 거기가 좋았던 기억이 남는다.인도 와서 처음으로 그런 곳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한국에 돌아온 것만 같았다.
이제와 암베르성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니 엄청 멋있는 곳이었네.
내 기억 속에서는 땀흘린 느낌밖에 없는데. (힘들어서 사진도 안찍었다. )
얼굴도 이제 기억나지 않는,
나와 그 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암베르 성보다 더 큰 추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