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빌라쿠페]
인도에 간 많은 사람들 이야기는 들었어도 빌라쿠페에 갔다는 사람은 처음 봤다.
어쨌든 나는 여기에 왔고, 며칠째 노닥거리는 중!
매일매일 티벳 집밥 먹고, 스쿠터 타고 애들과 주변 마을, 템플 구경하고 돌아다닌다.
남인도인데 오히려 델리나 라자스탄 지역보다 덜 덥다. 한참 우기라 비가 많이 쏟아져서 그런것 같다.
옥수수밭, 코코넛 밭, 타바코 밭, 완전 시골 마을 풍경.
바로 잘라서 먹는 코코넛도 질리도록 마셨다.
물 마시고, 흰 속살 파먹고.
텐진 친구가 지금 짓고 있는 티벳 사원에서 그림 그리는(불상 칠하는) 일을 한다.
내가 이런 작업에 참여한다면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할까.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고, 나는 아직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다.
어쩌면 이런 일이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영원히 남을 작품을 만드는 일.
시골 구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원에서 묵묵히 하루하루 그 사원의 벽을 칠하는데 인생을 바치는 사람.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엿 볼 때마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아쉽고 부러운 마음에 마당 블록 하나를 내 손으로 갖다 놓았다.
나도 나중에 티벳 사원의 건설에 일조했다고, 블록 하나 깔았다고 말해야지.
아이러니하게도 티벳 사원인데 인도 하층 계급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노동을 하고 있다.
텐진 네에서 집안일을 도와주던 인도인 쿨리네 집에도 방문했다.
불가촉천민 마을인가? 엄청 가난한 사람들.
집 마당에 소 세마리와 고양이들, 개들, 닭들이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
손님이 왔다고 뒷마당 엄청 큰 나무에서 내가 듣도 보도 못한 과일을 따 줬다.
나중에 중국 과일가게에서 똑같은 과일을 본 적이 있어서 엄청 반가웠는데 바로 잭프룻이었다.
내 생에 처음 본, 처음 먹어본 나무에서 바로 갓 따먹었던 잭프룻.
가족들 모두 너무 친절하고 아이들은 너무나 귀엽고 예뻤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귀엽고 예쁜 애들도 결국 공사장에서 돌 나르고 있던 가난한 인도 여인네로 자라게 될까,
이른 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낳고 비슷하게 살게 될까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찡해졌다.
티벳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은 유지하게 되는 이유는, 교육인 것 같다.
대부분 티벳 사람들은 전부 학교에 다니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 편이라고 텐진이 말했다.
반면 특히 하층 계급, 여자일수록 인도 사람들은 교육을 못 받는다. 그래서 그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꼈다.
교육을 받지 못하면 현실에서 벗어날, 조금 더 나은 삶으로 바꿀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사원에 가서 기도도 했다.
다람살라에서 본 사원처럼 이 사원도 어린 아이들이 수도승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수도승 옷을 입고 있는 걸 보면 제 나이대 생활을 누릴 수 있긴 할까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여기서 교육 받고 나중에 자기 삶을 찾아갈 기반이 마련될 수도 있으니 그나마 잘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한번쯤 수도승의 삶을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일어나서 불경, 점심 먹고 또 불경, 저녁먹고 불경, 이렇게 쓰고 보니 고3생활이네 완전히.
우리 가족 이름을 다 적고 싶었지만 그러기 어려우니 그냥 내 이름만 적고 기도를 올렸다.
저녁마다 애들이랑 맥주 마시며 수다떨고, 비구름이 몰려오기 직전 간간히 쏟아질 듯한 별을 보고, 모기도 잔뜩 물리고, 파리와 같이 밥을 먹고, 바람이 옥수수밭을 흔드는 소리를 듣고, 박쥐가 밤마다 퍼덕이며 날아다니는 소리를 듣는다.
모든 일이 꿈 같고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들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걸
머릿 속으로는 아는데 마음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남인도에서의 일주일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