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관광을 하는 것인가,관광을 당하는 것인가

인도_델리_악샤르담 사원

by ClaraSue


인도에 도착해 나 혼자 겁도 없이 간 첫 여행지는 바로 델리에 위치한 악샤르담 사원이었다.

(내가 갈 때만 해도 악샤르담이 별로 유명하진 않았던 것..같은데,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님도 방문했다)

릭샤를 타고 잘 가다가 문득, 이러다가 납치 당하는거 아닌가 이렇게 쉽게? 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런데 내가 일부러 나에게 호객 안했다는 이유로 선택한 릭샤 아저씨도 무뚝뚝하니 믿음직스럽고? (말 많은 사람들이 더 사기꾼 같다), 표지판마다 악샤르담가는 길이라고 써져 있어 다행히 달리는 릭샤에서 탈출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유명한 힌두 사원이고, 저녁에 분수쇼가 멋지다고 해서, 또 사진을 보니까 멋지길래(이렇게 단순한 이유로) 가보고 싶었는데, 릭샤에서 내려서 걸어 들어가는 입구부터 사람이 미어 터졌다!

평일 저녁인데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는데, 작은 나라 한국에서 온 순진한 나의 착!각! 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천개의 눈동자가 따라다니는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유명인들이 느끼는 감정일까. 모두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


maxresdefault.jpg 나중에 알았지만 인도 유명 관광지라면, 어디든 이 정도는 기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우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 서는 것부터 고역이었다. 입장권 사는데 30분, 카메라를 못 가지고 들어간대서 그거 맡긴다고 30분, 그러다가 배고파서 간식 하나 사먹는데 30분, 보안 검사 하는데 40분…


단순히 기다리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냄새, 그리고 무지막지한 인도 아줌마들이 하도 밀어대는 통에 입장 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져버렸다.


누가 한국 아줌마가 제일 쎄댔어.

인도가 워낙 여성 인권이 낮은 나라이다 보니 순종적인 여성상이 아닐까, 채식주의자들이 많고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니까 다들 마르고 여리여리 할 것이라는 것은 나의 상상이었다.

등치도 완전 크고, 목소리는 기차 화통 삶아먹은 것 같고, 얼마나 무서운지 정말 인도 아줌마들한테 걸리면 뼈도 못추리게 생겼다!



보안검사를 하기 전에 카메라, 핸드폰은 물론이고 펜,종이, 호루라기도 맡겨야 하고, 내 사진까지 찍어 놓는다. 보안 검사는 여자 줄, 남자 줄 나누어서 이루어지는데 왜 여자 줄은 느린걸까.

보안검사가 끝난 지점에는 마치 한국 목욕탕 앞에서 남자들이 쭉 앉아서 기다리고 있듯이, 인도 남자들이 쭉 서서 여자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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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은 정말 멋지긴 했다.

이슬람 성지인 타지마할이 유명한게 너무 배가 아파 힌두교도들이 타지마할 보다 멋진 곳을 만들자고 하여 지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최신 신전(?)인게 티가 난다. 신전을 한바퀴 둘러보고, 겉면에 돋을새김된 조각들도 구경했지만, (오홍, 문 대통령님도 나처럼 구경 했더라! ) 무엇보다 사람 구경을 가장 많이 할 수 있었다. 내 생에 볼 수 있는 인도 사람은 거기서 다 본거 같다. 힌두교도들에게 유명한 성지라 그런지 외국인보다 내국인이 더 많았다. 무슨 평일 오후인데 사람이 이렇게 많아? 주말에는 얼마나 더 많다는 걸까? 내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서 사람이 너무 많다고 투덜댄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치 출퇴근 시간의 신도림역의 혼잡함과 같았다.


36767_13858_3047.jpg 물론 나는 이렇게 친절한 가이드는 받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지나가는 곳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심지어 계단 위에서도 나를 내려다보고 층계 밑에서도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군중속의 익명성을 즐기던 나는 여기에 와서 난생 처음으로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목을 한눈에 받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불편한 기분일 뿐이었는데 나중에는 점점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느낌이었다. 외국인을 신기하게 쳐다만 보다가, 같이 사진 찍어주라고 용감한 여자애가 다가와서 나랑 사진을 한방 찍는 걸 보고 나서는 우루루르르 몰려와서 나를 옴싹달싹 못하게 만들고 사진을 찍자고 한다. 대체 내 사진을 왜 간직하고 싶은 건지. 나의 사진은 내가 알지 못하는 인도 사람 핸드폰에 아직도 저장되어 있을까. 심지어 몰카도 찍어댄다..



Akshardhamtemple_AFP.jpg 구글에서 찾은 악샤르담 관광객 느낌...악샤르담이 아니라 압사르담...



악샤르담부터 시작해 인도 여행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사진 같이 찍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나 뿐 아니라 모든 외국인들이 그런 대접을 받는다.

내가 보기에는 두가지 큰 이유가 있는데, 첫번째로는 시골에서만 사는 인도 사람들이 아직도 많아서, 외국인 자체가 신기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인도 사람들이 ‘인증’하고 ‘자랑’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비매너라는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하다.



세상이 어느땐데 외국인을 신기해 하겠냐, 외국인이 그렇게 많이 여행을 오는데 아직도 쳐다보냐고 하겠지만, 델리에서만 해도 먼 시골에서 오신 듯한 분들을 종종 만났다.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무서워서 못 올라가겠다고 아들에게 소리 르고 계신 어머님,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표를 넣고 들어 가는 법을 몰라서, 표를 들고 헤매면서 줄을 한도 끝도 없이 막고 계신 아버님…도시와 시골의 생활 차이가 정말 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지가서 사진 찍고 어디 다녀왔다고 말하는 것을 중시한다고 흉봤었는데 왠걸, 우리나라 사람보다 인도 사람들은 더 심하다. 타인의 인정 받기와 자기 과시가 아주 큰 문화를 차지하고 있다. 위험한 장소에서 셀피 찍다가 사고사 당한 사람 수 1위가 인도라고 했다. (인구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사진 찍는것에 목숨 건다. 성능 좋은 카메라가 부착된 스마트폰을 중요하게 여길만도 하다. 그래서 삼성/엘지 핸드폰이 인도 시장에서 잘 나갔는데, 어느 순간부터 중국 핸드폰이 무섭게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1.jpg 이런 느낌 이랄까....무서울 지경이다



중국 못지 않게 인구가 많은 나라가 인도라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신전 내부를 구경하려고 신발을 벗어서 맡기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신발장에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결국 얼쩡대다가 아무데나 신발 벗어놓고 누가 혹시나 훔쳐갈까봐 조마조마 하면서 신전에 얼른 들어갔다. 내부는 그냥, 발냄새인지 땀냄새인지 냄새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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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은 마치 테마파크 같다. 일종의 힌두교식 에버랜드라고나 할까. 보트 타고 도는 놀이기구 비슷한것도 있고, 3D영화관도 있다. 물론 내용은 다 힌두교 경전 이야기인것 같았다. 저녁까지 기다려서 본 분수쇼는 기대 이상으로 멋졌다. 이것도 에버랜드 레이저 쇼랑 비슷하다. 요즘은 배경이 흰 건물에 레이져로 배경을 쓰는게 대세인가보다. 힌두교의 4명의 신이 차례로 나타나서 자신의 힘을 보여주는 건데, 불의 신 아그니가 나타나서 불을 내고, 또 다른 신이 홍수를 내고, 뭐 그런 이야기였다.


7시 40분에 시작된 쇼가 끝나니 8시가 넘고, 사원은 불꺼지고 조명 켜지니까 낮보다 훨씬 예쁘다. 사진기를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내부에서 전문 사진사에게 돈을 내면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금새 어두컴컴해져서 황급히 사원을 나왔는데, 이때도 여기서 넘어지면 빠져나가는 사람에 깔려 죽을 것 같았다.

아까 짐을 맡기면서 받은 토큰을 다시 내면 짐을 준다. 부랴부랴 툭툭을 잡아 타고 나와서 숙소로 돌아왔다.


악샤르담 내 푸드 코트에서 파는 남인도 음식이 맛있다던데, 한입 사서 먹다가 사방팔방에서 너무 빤히 쳐다보는 눈길에 체할것 같아서 몇입 먹고 버렸다.

푸드 코트 옆에는 기념품점이 있는데 여기가 또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가보지도 못했다. 밥먹고 나서 붙잡혀서 사진 찍히느라고....(제발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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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경거리가 된 기분. 빨리 이 자리에서 도망가서 나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정말 동행이라도 한명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생각했다.

익샤르담에 사람이 정말 많았고, 처음이었고, 나 혼자라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려니 하고 익숙해졌는데, 나중에 다른 곳에서 다른 인도 애들에게 나는 원숭이가 아니라며 소리를 지르는 외국인 여자를 봤다. 나만 노골적인 시선에 스트레스 받는 건 아니였구나. 한편으로는 또, 내가 어디서 이런 주목을 받아 보겠어, 조금 더 당당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라고도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불편했던 걸까. 어쩌면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이 사람들이, 나의 모습과 행동 하나하나까지 다 세세하게 보면서 나를 평가하거나 비웃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만 해도 자신감이 별로 없었고, 그래서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눈에 띄기 바라지 않는 사춘기 십대처럼 살고 싶었다. 누군가 나를 관찰하면, 나의 못난 점이 다 들킬것만 같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보느라고. 인도에서, 극단적인 상황을 마주하면서 나 자신도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나의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실 나는 남들의 시선과 남들의 평가에 연연하고 있었다는 걸. 이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의 평가에 연연했던 이유는 나 스스로가 내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확신하지 못하고 불안해서 다른 사람에게 확신과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쨌든 인도에서, 드디어 문제 인식을 했다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뭔가 굉장히 지쳤다. 하루만에. 인도에, 인도 사람들에게.

나 혼자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머리를 들고, 그렇게 지쳐서 숙소 밖에 멍때리며 앉아 있는데 앞에 있는 까페에 기웃거리는 외국인 여자 두명이 있었다.

그렇게 나의 델리 동행자 둘 - 네덜란드에서 온 언니들- 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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