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에서 소똥 밟다

[인도-바라나시]

by ClaraSue


이번 여행에서 제일 비싼 AC기차를 타고 바라나시로 출발했다.

이번에는 2층 side upper seat이었다. 막 담요도 주고 베개도 주는 것 같은데 피곤해서 대강 받아서 잤다.

India-AC2-aisle-large.jpg 이런 느낌이다.

에어컨이 어찌나 빵빵한지 새벽에 오히려 추웠다. 밥은 안주는데 다행히 과자랑 사과를 챙겨 와서 끼니를 때웠다. 숙소 없이 이동하면서 자는 것이 배낭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무지 힘들구만 이거.

정신없이 자다가 다른 사람들이 다 부시럭 부시럭 일어나길래 나도 불안해서 일어났다.


바라나시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역 근처에서 1시간 가까이 지체됐다. 원래 오전 8시 반 도착 예정이었는데 11시 다 되어 기차에서 내렸다. 또다시 릭샤꾼들과 지지부진한 논쟁이 시작됐고, 사이클 릭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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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클 릭샤를 안타는데(운전 기사들이 너무 안타깝다) 하도 불쌍하게 자기꺼 타라고 하길래 탔더니 이 릭샤 아저씨가 괜히 말걸면서 내 가슴이 작아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다 뭐 이런 성희롱 스러운 발언을 했다. 어이없게 언제 봤다고 이런 이야기를 함부로 해대는 건지 열받아서 지금 뭐라고 한거냐고 무슨 그런 말을 하냐고 not nice, rude 어쩌고 라고 성질을 냈더니만 미안하다고 급 사과를 했다

.

이 사람이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닐거야, 생각하고 괜히 아무말도 못하고 지나갔던 눈물 젖은 과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남자들은 이런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자들은 한번씩이라도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행동하면 남자친구 안생겨 라던가 심지어 칭찬이라고 하는 얼굴 보고 뽑은거야 같은 이야기들. 내가 절벽, 껌딱지 라는 이야기는 이 릭샤 아저씨 전에도 안들었던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렇지 않게 놀린다고 하는 이야기들에 나는 상처 받았었고 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외모를 언급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적을 해대는 건가. 너무 말랐다, 너무 뚱뚱하다, 가슴이 없다, 가슴이 너무 크다, 허리가 없다, 입이 튀어 나왔다, 머리가 크다, 코가 낮다, 눈이 작다, 이마가 넓다, 좁다, 튀어나왔다, 광대가 높다...끝도 없는 외모 지적. 다들 그래서 시술과 수술에 정신이 팔려있다. 왜? 그냥 있는 그대로 나는 잘못된 사람이야?



이제 더이상 그런 지적들에 주눅들지 않으리라. 내가 눈이 어째서, 코가 어째서 뭘 못한게 있나?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치열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고 혼자 이 멀리까지 왔는데 대체 왜 누가 나의 외모 지적을 한다는 거지? 인도 여행을 와서,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고 단단한 나 자신을 본것 같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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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는 바라나시 시티



솔직히 말하면 내가 성장했다기 보다는 그 당시 더 짜증이 잔뜩 나서 화를 낸 걸수도 있다...

이 릭샤 아저씨가 게스트 하우스가 어딘지도 잘 모르고 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몇번이나 확인했는데 안다고 큰소리를 쳤다. 바라나시 시내는 델리와 또 다른 느낌으로 아주 혼잡스러운 곳이다. 바라나시는 인도에서 내가 가본 다른 어느 도시와도 또 다른 곳이었다. 인도의 모든 곳이 다 혼란스럽긴 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카오스를 이루고 있다.(카오스라고 다 같은 카오스가 아닌 것이다)



골목골목길로 굽이굽이 들어가서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나름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인것 같은데 나의 예상과는 좀 달랐고 사람도 없었다. 분명 다인실이 있다고 했는데 없다고 우기면서 나한테 방을 들어가라고 했다. 250루피나 달라고! 몹시 수상했지만 또 나는 들어갔다. 릭샤꾼이 이미 한번 이상한테 내려줘서 다시 태워달라고 우겨대고 싸워서 겨우 도착한 곳이라 진이 다 빠졌다. 이놈의 날씨도 한몫한다. 돈이고 뭐고 그냥 들어가고만 싶게 만드는 이 열기. 더워..더워 죽겠다.




내가 죽어도 찬물 샤워를 못하는 사람인데 찬물 샤워를 하려고 틀었더니 심지어 찬물도 안나온다! 미지근하다! 세상에 뜨거문 물이 안나오는 샤워는 많이 봤지만 찬물이 안나오는 샤워라니 이런 건 또 난생 처음이다. 기차여행이 끝나고 드디어 짐을 풀고 샤워 하고 나왔더니 에어컨이 없어도 나의 방은 천국 같이 느껴진다. 기차에서 밥도 제대로 안먹었으니, 오면서 본 한국 레스토랑에 가보기로 했다.

첫번째 장소는 주인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두번째 한국 라면이라고 써져 있는 곳에 들어갔다.

거기도 처음에는 아무도 없어서 누구 없냐고 했더니 뭔가 수심에 젖어 보이는 인도 아주머니가 나와서 라면은 끓여줄 수 있다고 했다. 와이파이도 있고 라면도 먹고 이 정도면 바라나시에 만족한다고 행복해 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한국인 젊은이(?)들이 들어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인 아주머니가 사랑하는 강아지가 죽어서 슬퍼하는 중이라고.


멀뚱 멀뚱 쳐다보니 한 분이 열정적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다들 각자 인도 여행온 분들이시고 해 질 시간에 갠지스 강 가서 보트를 타면서 석양을 보기로 했다고 같이 가자고 하는 거다. 너무나 감사한 제안이라 완전 좋다고 하고 이따 만나기로 했다. 바라나시에 온 가장 큰 이유인 갠지스 강을 보러 우선 나 혼자 출발했다.



골목을 빠져 나가 큰길로 나가니 여기서 분명 갠지스 강 가는 길이 가깝다고 하는데 대체 어딘거야. 또 땀을 흘리면서 소와 수레와 차와 릭샤와 사람들을 뚫고 가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무언가 뜨끈한 것에 발을 담그고 말았다. 그것을 바로 인도에 와서 처음으로 밟아본 대형 소똥이었다. 소똥만은, 밟고 싶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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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똥 밟았다고 난리 치니 나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저기 가서 발씻으라고 수돗꼭지를 보여주고 휴지도 조금 줬다. 나는 쪼리를 신고 있었고 쪼리는 물론 내 발 전체가 소똥범벅 이었으니. 이미 정신없는 바라나시 길에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헛웃음밖에 안나왔다. 소똥은 참 진흙같은 느낌이구나. 허허. 이 소가 소화를 참 잘 시켰네.



그렇게 소똥을 밟으며 갠지스 강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물어 또 무슨 골목을 뚫고 가니 어떤 꼬마 남자애가 말을 걸었다. 나는 수상해서 대강 대꾸해주면서 가는데 계속 쫄래쫄래 쫓아왔다. 골목 끝에는 갠지스 강이 있었고, 사람들은 바글바글 했다. 그 아이가 저쪽 옥상에서 보는게 좋을껄 이래서 옥상으로 올라가 갠지스 강을 구경했다. 밑에서는 사람들에 치여서 보이지 않던 갠지스 강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india-varanasi-city-of-light-banaras-ganges-holy-bodies-cremation-ghats-cremation.jpg?w=840 나는 차마 사진을 찍지 못해서 구글 사진으로 대체


무엇인가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목욕을 한다든지, 푸자를 한다든지) 은 내가 상상한 강가-모래사장이나 자갈밭에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이렇게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계단을 가트라고 하고 바라나시에는 강가에 총 88개의 가트가 있다고 한다. 그 중 2개 가트에서 화장이 주로 이루어진다.

내가 간 곳은 그 두 곳 중 하나였나 보다.



'꺼지지 않는 불'이 계속 타고 있고 사람들은 시신을 들쳐메고 줄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시신을 보내기 전 갠지스 강물에 시신을 띄우고 물로 얼굴을 씻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쪽편에서는 그렇게 시신을 씻길때 흘린 귀금속들을 강바닥을 훑으며 줍는 사람들이 있다.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화장터에서는 이제 막 불 속으로 들어간 시신이 보이고, 담당하는 사람들이 긴 불쏘시개로 쓰이는 장대를 들고 화장을 계속해서 진행시켜 나간다. 한쪽에서는 장작을 이고 지고 오고, 판매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장작 파는 사람도 돈 많이 벌겠다.



직접 화장하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외할아버지를 화장할 때 보긴 했지만 직접 시신이 불에 타는 걸 본 건아니다. 들어가는 것 까지만 봤지. 약 2시간 정도 태운다는데, 영혼이 빠져나간 껍데기만 태우는 거라지만 그래도 기분이 이상하다. 결국 우리 모두는 저렇게 쉽게 태워 없어질 껍데기를 가지고 살고 있는건데, 그렇게 불 속에서 쉽게 사라져버릴 껍데기를 위해 일생을 꾸미고, 바르고, 고치고, 가꾸고 하면서 보낸다. 무엇보다 껍데기가 중요한 이 시대에 껍데기가 사라져도 신 곁으로 갈 영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 같다. 하지만 바라나시에서 갠지스 강의 연기로 사라지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같은 철학적인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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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속 시신을 태우는데도 시신 타는 냄새가 안난다고 옆에 있던 사람이 이게 바로 시바신의 기적이라고 했다. 갠지스 강에서는 시바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고 그래서 이 강에서 목욕을 하는 것이다. 바라나시는 시바신의 도시라고 한다. 시바신의 머리에서 갠지스 강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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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곳곳에서 갠지스 강의 물을 길러 온 Kanwariya 들도 볼 수 있었다. 성스러운 갠지스 강물을 물동이에 담아서 걸어서 마을까지 가지고 가는 성지 순례인데, 이 강물이 땅에 닿으면 안된다고 한다. 이들은 막대에 물동이를 걸고 걸어서 돌아간다. 이렇게 오렌지색 옷을 입는다. 하여튼 인도사람들의 종교 집착(특히 힌두교)은 대단하다. 이걸 집착이라고 해야 할지, 정성이라고 해야 할지, 문화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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