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 강의 노을

[인도-바라나시 2]

by ClaraSue


저녁에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와서 사람들과 갠지스 강에 보트를 타러 나갔다.


나에게 말 걸어준 사람은 사진 작가 님이었고, 다른 한국인 들은 대학생 분들이었다. 그때만 해도 여행다니면서 워킹 스튜디오 하고 계셨는데.. 지금은 한국에서 결혼도 하시고 작가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신다.

대학생들은 방학 해서 인도로 와서 바라나시에서 한달 넘게 지내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어찌나 부럽던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대체 나는 대학생 때 뭐했나, 싶다.

하긴 인도에 갈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다. 바라나시와 갠지스 강에 대해서도 많이 들어는 봤지만, 내가 직접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여기서 이렇게 갠지스 강의 노을을 보고 있는걸.

언제, 는 상관 없다. 사람 마다 각자 자신만의 때가 있을 것이다.

남의 시기를 부러워 할 필요도 없고, 나의 시기를 조바심 내며 기다릴 필요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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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은 아름다웠고, 배를 타고 강에서 바라보는 바라나시의 모습은 색달랐다.

가트도 몇개나 지나가며 구경하고, 강가에 세워진 시바 사원도 지나쳤다.

물이 찝찝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배타고 멀리 나와 있으니까 좀 괜찮겠지 하고 물에 손도 넣어 봤다.

아이 시신은 태우지 않고 흘려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혹시 시체를 보는 게 아닐까 하고 조금 긴장하기도 했다.

갠지스 강도 수위의 폭이 커서, 수위가 낮을 때는 강 중간에 모래 언덕들이 드러나고 수위가 높을 때는 화장터가 거의 잠길만큼 물이 차기도 한단다. 우기라(8월) 지금은 수위가 높을 때고, 그래서 모래 언덕에 올라 설수는 없었다.

아니 분명 열심히 사진 찍었는데 바라나시 사진이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휴. 사진에 목매지 않기로 했지만 괜히 아쉽다. 사진 찍는데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그 순간을 만끽하자는 주의라 사진도 대충 찍긴 했는데, 그마저도 어느 하드 드라이브 구석지로 밀려 들어간건지. 언젠가 찾으면 업데이트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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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 강, 아니 바라나시 전체가 시바 신의 도시인 만큼 곳곳에 시바 신의 상징 링감이 있다. 영화에서 보니까 여기에 우유를 붓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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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참으로 남사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신의 상징이었다니. 남자의 성기와 여자의 성기는 원래부터 다산, 풍요 등을 상징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종교에서 이렇게 다이렉트하게 표현하지는 않는다. 이런 직설적인 표현 방식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나 보던 것인데, 힌두교도 그리스 로마 신화가 생겨났을 때 만큼 오래 전에 등장한 종교인걸까?


역시나 검색해 보니 약 4000년도 전부터 존재했던 종교다. 어쩐지 힌두교는 기독교나 이슬람의 유일신교의 '종교'라는 측면보다는 북유럽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집트 신화 등과 더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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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뱃놀이 하고, 사진도 찍고, 다같이 영화 보러 갈래? 하길래 냉큼 또 같이 간다고 했다.

내가 바라나시 구 시가지 쪽에 머물러서 몰랐던 건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던 바라나시는 나름 '대 도시'고, 현대식 쇼핑몰도 있다!

릭샤타고 단체로 가서 영화를 보러 들어갔는데, 그때 내가 뭣도 모르고 본 영화가 바로 바후발리 1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발리우드 액션 영화을 그때 생애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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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자체는 영웅 서사담인데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 자체가 듣도 보도 못한 액션, 노래, 춤으로 채워져 있어 한시도 눈을 뗄수가 없다. 주인공이 어마어마한 괴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괴력을 상징하는 것이 엄청난 무게의 돌 링감을 번쩍 들어올리는 것이다. 시바신의 힘을 받았다고나 할까. 남성의 상징이다 상징!(몸도 너무 좋아서 영화 보는 내내 눈이 즐겁다)

진짜 어이없다라고 욕하면서 계속 보게 만드는 영화랄까.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런데 더 큰 충격은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시리즈의 1편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는 것과 다음 편을 간절히 기다리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영화 제목도 제대로 몰랐었는데 어느날 한국에서 바후발리 영화 소개를 보고 또 뒤집어졌다. 세상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바로 그 영화가 한국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니!


바후 발리 2탄은? 3탄은?

벌써 나왔다.

세월이 이렇게나 빠르다.

내가 인도여행가서 바후발리 1탄을 넋놓고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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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골목골목에 촘촘히 박혀 있는 가게들에서 기념품을 사고, 시장 구경을 하고 소똥을 그 이후로도 두번이나 더 밟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친 소는 나랑 눈 마주쳤다고 뿔을 들이대는데 그렇게 호전적인 소를 처음 봐서 진짜 겁이 났다. 정말 나를 들이 받으려고 했다!


width-650,height-433,resize-true,resizeMode-5,photoid-33859122.cms 인간적으로 이런 좁은 골목에서 만나면 쳐다볼 수밖에 없잖아



다행히 옆에 있던 인도 아주머니가 말려 주었다. 눈을 보지 말라고 했었지. 미친 소 같으니라고. 나는 지금까지 소는 다 착한 줄 알았는데. 인도 와서 개, 원숭이, 소 한테까지 공격을 받았다.

인도는 정말로 엉망진창 야단법석인 나라다.


어느덧 그런 인도에서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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