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_맥그로드 간지
맥그로드 간지는 델리와 천지차이다. 히말라야 산맥 밑에 자리해서 훨씬 기온도 낮고, 인도 문화보다는 티벳 문화가 많이 보이는 작은 동네다. 인도 정부에서 중국에서 망명해온 티벳사람들을 받아들인 곳이다.
이 곳에 달라이라마가 머물고 있고, 세계 각지에서 온 티벳 승려들도 많이 보인다.
어디선가 맥그로드 간지의 스님들은 다들 나이키 신발에 좋은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여기선 인도 현지 사람들이 더 가난하게 살고, 오히려 티벳사람들이 잘사는 편이라고. 나도 그런가, 하고 유심히 봤다.
델리에서부터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인도의 빈부격차가 엄청나게 크다는 거였다. 가난한 하층민은 정말 찢어지게 가난하게 산다. 전생관을 믿는 힌두교 교리 상 가난을 숙명처럼 여겨 벗어날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카스트 제도의 하층 계급에 대해 예전에 읽었던 책이 한 권 있다.
제목은 ‘신도 버린 사람들’.
힌두교의 최하층 계급인 불가촉 천민 출신 사람들이 불교로 개종하고, 교육을 받아 삶을 바꾼 이야기인데 암베드카르 운동에 영향을 받은 아버지 덕분에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게 된 저자 본인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나는 그 책을 통해 인도의 단면을 보았고, 교육이 어떤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 알았다.
먼 나라 인도의 이야기였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자녀 교육에 올인한 아버지의 모습이 폐허만 남은 전 후 대한민국, 본인이 진흙탕에서 뒹굴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자식들을 공부시켜 인간다운 삶으로 밀어올리고자 했던 과거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모습과 겹쳐져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러한 교육열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비록 지금은 그 교육열이 명문대 입시라는 어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그렇지, 더 나은 교육기회를 얻고자 하는 욕심 자체는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인도에서도 과거에서처럼 아주 철저하게 신분제를 지키는 것도 아니고, 특히나 도시같은 경우, 다른 민주화, 자본주의 국가와 같이 신분 보다는 개인의 실력과 재력이 더 우선시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힌두 신분 사상은 완전히 없어졌다기보다는 문화적으로 스며들어 있는 듯 하다. 한국에서 불교 사상이나 유교 사상 또는 민간 신앙이 종교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전통과 혼재되어 있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신분제 사회다, 라고 단정하기에는 힌두 문화를 인도의 문화라고 말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인도에 막상 와서 보니, 힌두교도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시크교도, 무슬림, 불교도까지 혼재되어 있고, 종교에 따라 문화도 다르다. 힌두교가 아니면 신분제도 없다. 여행 하면서 관찰한 결과, 각각 자기네 종교 사람들끼리 어울려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종교에 따라 생활 문화도 다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맥그로드 간지만 해도 티벳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에는 티벳 사람들이 가고, 인도 사람이 이용하는 가게에는 인도사람들만 간다. ‘인도 사람’이라고 하지만, 더 자세히 알아보면 그 중에서도 같은 힌두교도가 운영하는 가게에는 힌두교도들이 가고, 무슬림들이 운용하는 가게에는 무슬림들이 가는 것이다. 학연 지연에 앞서 종교연(?)이 가장 우선하는 나라가 인도다. 종교가 다르면 이웃이라 할지라도 진정으로 친하게 지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특히나 도시가 아닌 곳에서)
특히나 무슬림과 힌두교도들이 서로를 헐뜯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냥 다 한데 뭉뚱그려 ‘인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좀 충격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서 이슬람교와 힌두교,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를 알게 되는데, 이건 다른 글에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그래서 힌두교의 문화를 가지고 이건 인도의 문화다, 라고 말하는 것은 자칫하면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맥그로드 간지에서 인도 하층민의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샛길로 빠졌는데, 왜 이 이야기가 나왔느냐 하면 티벳 사람들에 비해 오히려 현지 사람들이 더 가난해 보이고, 그래서 그들이 신산한 삶이 더 부각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망명해 온 사람들보다 더 가난하고 구질구질하게 소똥을 치우거나 구걸하면서 사는데, 티벳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걸까 아니면 현지인들이 가난을 못 벗어 나는 걸까.
유명 관광지답게 길에서 아기를 업고 구걸하는 젊은 여자들이 있었다. 나도 그 불쌍한 표정에 몇번 붙잡혔는데, 들은 바에 따르면 이 여자들은 대대적인 구걸 조직(?)에 속해 있고, 일부러 자기 애도 아닌데 애를 업고 나와서 돈 좀 달라고 하는 것이며, 애기들은 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울지 못하게 약같은 걸 먹여서 일부러 재운 거라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런 이야기까지 듣고 나서도 선뜻 적선을 해야 하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 찝찝한 마음은 인도 여행 내내 이어지는데 이 이야기도 다음에 더 자세히 써봐야겠다.
우선 레이디스 맨션이라는 곳에 짐을 풀었다. 주인 아줌마는 유럽인 할머니였는데 다행히 방이 있다고 해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나무들이 우거지고 좀 더 고산 지대라 델리보다 훨씬 덜 덥고, 살 만하다! 라고 느낀 순간 상상도 못했던 복병을 만났다. 바로 곤충(이라고 쓰고 벌레라고 읽는다) 들이었다.
미친 개도 괜찮아. 더러운 것도 괜찮아! 그런데 벌레만은 견딜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손바닥 만한 모기들이 내 방 벽에 붙어 있고, 화장실에는 또 엄청 큰 거미가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초반에는 이렇게 벌레 싫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래봤자 변하는 것도 없고, 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내가 알아서 해결 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그런일이 반복되다 보니 나중에는 벌레가 보여도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벌레에 익숙해 진 것은 추후에 호주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람은 이렇게 적응해 가는 것인가 보다.
내가 도착한 월요일은 맥그로드 간지의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는다. 그래서 딱히 구경할 게 없었다.
티벳 레스토랑에서 처음 먹어본 티벳 음식은 입맛에 잘 맞았다. 한국 음식과 꽤 비슷한 것 같다.
거리를 쏘다니다가 한국 말로 피스 까페 라고 써져 있길래 들어가 봤다. 한국인 주인장은 여기서도 만나지 못했다(왜 자꾸 못만나지 한국인들을..). 한국어 여행 책자가 있길래 봤더니, 맥그로드 간지에서는 피스 까페에서 매운 뗌뚝을 먹으라고 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시켜 봤더니 매운 수제비 맛인데, 오랫만에 한국 음식 같은걸 먹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인도 여행을 왔는데 인도보다 티벳과 사랑에 빠질것만 같은 느낌.
티벳 사원을 따라 산책길이 있어 한번 걸어볼까 하고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얼마 안있다 반대쪽에서 오던 어떤 티벳 아줌마가 혼자 걷는 나를 보더니 눈이 둥그래져서는, 혼자 걸으면 안된다고 다시 돌아 나가라고, 나를 끌고 나왔다.
대낮이고, 사람들도 다니는 것 같고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 않았는데, 여자애 혼자 좁은 길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사고가 날 수 있게 느껴졌나 보다. 친절한 아주머니.
나도 괜히 겁이 덜컥 나서, 다음에 다른 사람이랑 같이 와야겠다고 우선 후퇴.
산책도 못가고 , 길거리에서 캣콜링도 당하고, 같이 온 언니도 친구네 집으로 가고,
그렇게 나 혼자 있으니 갑자기 여기서 외로운 생각도 들고 그런다.
젠장. 대체 난 여기서 뭐 하고 있는거지. 이방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