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_델리에서 북인도로
-
오늘 델리에서 맥그로드 간지로 출발한다.
괜히 마지막으로 메인 바자르를 어슬렁거렸다.
'토드카'에 가서 팬케익을 시켰는데 왠 부침개 같은것이 나왔다.
내가 상상한 메이플 시럽이 뿌려진 팬케익이랑 좀 다른데...이것이 인도식 팬케익인가 보다. 그래, 이 정도쯤은 사기 당했다고 칠 수 없지. 나름 먹을만 했다.
밥 먹고 ‘더 까페’에 갔다.
몰랐는데 주인이 한국 분이라고 했다. 내가 갔을 때는 자리에 안 계셨다.
한참을 책 보면서 앉아 있는데 밖에 헤나 해주는 아줌마가 나보고 헤나를 하라고 자꾸 나를 불렀다. 가격을 들어보니, 싼 것 같아 오케이 했는데 갑자기 두팔을 잡고 팔꿈치부터 손끝까지 막 그리는게 아닌가!
느낌이 쎄 해서 가격을 다시 정확히 다시 물어봤더니 그럼 그렇지, 엄청 큰걸 그리고 있다면서 나한테 바가지를 씌운다. 아니 내가 언제 큰거 그려 달랬냐고!
안한다고 싸우다가 결국 적당한 선에서 타협 봤다.
순식간에 사기 당할뻔 했지만 (조금 당했다) 마지막 순간에 정신 차려서 다행이다.
헤나 그리는 아줌마 옆에는 어린 꼬마 여자애가 앉아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이것도 도제식 학습이 필요한 교육인 것인가!
더까페에서 일하던 꼬마 남자애도 옆에서 구경하더니 나중에 슬쩍 와서 자기가 나에게 공짜로 헤나를 해주겠다고 했다.
지금 이 어린 애도 나한테 사기를 치려고 하는 건가, 순간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내 팔에 헤나를 연습해보겠다는 거였다.
옆에 있는 타투 가게에서도 일을 하고 있고, 저스틴 비버를 좋아하는 장래희망이 타투이스트인 15살짜리.
나비그림을 가져와서 내 팔에 붙이는데, 그것부터 어설퍼서 잘 안됐다. 결국 까페에 있던 알바생, 옆 가게 타투이스트까지 다 달려와서 내 팔에 그림을 붙여줬고, 그 애가 그림 본을 따라 헤나로 정성껏 삐뚤빼뚤하게 그려 주는데, 돈을 받고 한다고 해도 누가 이렇게 온 마음을 다해 정성껏 헤나를 해 주겠는가, 싶어 절로 미소가 나왔다.
혼란스럽다. 이 나라 좋은 나라인거야 나쁜 나라인거야. 이 사람들 좋은 사람들인거야 나쁜 사람들인거야.
(이 혼란은 인도 여행이 끝날때까지 지속된다.)
까페에서 한참 놀다가 드디어 버스를 타러 가는 시간.
배낭 메고 나섰다가 버스 정류장이 완전 멀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 사이클 릭샤를 타고 말았다. 사실 너무 덥고 가방은 무거웠다. 그래서 탔다.
그런데 알고 보니 걸어가면 십분 걸리는 저기 보이는 고가 다리 밑이었다. 걸렸구나, 사기에!
문제는 이미 릭사를 타고 가고 있는데도, 어떤 인도 아저씨가 계속 따라오면서 호객행위를 하는 거다. 내 사이클 릭샤꾼이 길 모르는게 분명하다고, 자기가 데려다 주겠다고 쫓아오는데, 아니 이 아저씨는 내가 어디 가는 줄 알고 자기랑 가자는 거야, 대체. 이 사기꾼 아저씨가 내가 탄 사이클 릭샤꾼을 또 뭐라고 구워 삶았는지, 이 사람이 릭샤을 멈추더니 나보고 그냥 이 남자 따라가라, 이 말만 반복하는거다!
돌아가시겠네 정말, 나 버스 타러 가야 하는데.
너무 열이 받아서, 됐다고 나 그냥 걸어간다고 배낭 내려서 씩씩대며 걸어가니 결국 그 릭샤꾼이 다시 쫓아와서 자기가 태워준다고 했다. 그냥 무시하고 나 혼자 배낭을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버스정류장(으로 보이는 곳) 에 도착했다.
왜 저기에서 여기오는, 10분도 안되는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것조차 이렇게 버라이어티한 걸까 인도는.
그렇게 땀 범벅인 상태로 헤매다가 다른 여행자들에게 도움을 받아, 무사히 버스에 탑승했다. (휴)
버스 맨 앞자리에는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것 같은 아시안 여자 한명이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했더니 일본 사람이었다.
이 언니도 나와 같이 맥그로드 간지로 간다고 한다. 그렇게 또 다른 여행 친구를 만났다. 인도에서 첫 버스 여행이라 또 무슨 일 있는거 아닌가 살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또다른 행운이 찾아왔다.
럭키라고 생각했지만, 곧 일본인 언니와 나는 중간에 영문도 모르고 좀 가다가 다른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라고 해서 내려야 했다. 우리보고 다른 버스를 타라는데, 아무리 봐도 내가 돈을 낸 최고급(?) 버스가 아닌 좀 더 후진 버스였다. 대체 왜 내가 이 버스로 갈아타야 하냐 물어보고, 따져도 답도 없고, 결국 포기했다. 허허. 델리에서 떠나는 와중에도 나는 마지막까지 사기를 당했다.
물론 완전 심각한 사기를 당한건 아니라 운이 정말 좋다. 하지만 소소한 사기를 계속 당하면 사람이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화가 날때마다, 일이 안풀릴 때마다 심호흡을 하고 괜찮다, 괜찮다 하고 나를 달랬다.
인도에서 와서 사람들이 심신을 다스린다는데 이런 방식으로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훈련을 절로 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
그래도 혼자 사기 당한게 아니라, 나와 함께 사기를 당한 언니가 있어서 10시간 장거리 버스가 견딜만 했다.
언니는 회사 다니다가 때려치고 세계여행을 하고 있고, 남자친구도 일본에 있으며, 돌아가서 도쿄에서 푸드트럭을 할거라고 했다. 그래서 세계여행을 하면서 아이템을 찾는 중이라고. 언니와 서로 저장된 한국 노래, 일본 노래를 같이 들으면서, 자다 깨다하면서 밤 버스를 타고 갔다.
새벽이 되고, 차창 밖은 점점 델리와 전혀 다른 곳으로 변했다. 드디어 북인도에 도착한 것이다.
부푼 마음으로 맥그로드 간지에 도착했는데 새벽이라 아직 거리는 한산했다.
델리에서 벗어나게 되어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그래도 며칠간 머무르면서 인도의 수도를 직접 느껴 볼 수 있어서 뿌듯하다. 하지만 델리는 이제 충분하다. 맥그로드 간지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인도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렇게 신나게 언니랑 같이 게스트하우스로 가는데, 새벽 골목길에서 우리 둘이 한 무리의 개떼 싸움에 휘말려서 정말 죽을 뻔 했다.
인도에는 길거리 개들도 정말 많은데 (통계상으로 잡힌것만 3000만 마리라고 했다) 그것도 힌두 신과 관련이 있는 동물이라 사람들이 해치지 않아서라고 한다. 대부분 덩치도 크고, 귀여운 길거리 개가 아니라 거의 야생 들개 수준이다. 그래도 딱히 공격적이라고 느끼지도 못했고, 인도 개떼들은 낮에는 다들 길거리에 널부러져 있어서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이제 알았다. 걔네들은 새벽에 활동한다는걸.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우리가 거리를 지나가던 그 때, 맥그로드 간지의 마피아 개 무리들이 전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한무리의 개들이 짖으면서 우리 주위로 달려왔고, 그 개들을 쫓아 달려온 다른 패거리가 왈왈 거리면서 우리 주변에서 뒤엉켰다. 말 그대로 개싸움이었다.
그렇게 열마리가 넘는 큰 개들이 우리 주변에서 서로 짖고 물고 난리가 났는데, 나는 동물 애호가고, 개들도 많이 만났고, 왠만하면 개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자신하는데도 ,진짜 그 상황에서 물리는 줄 알았다. 짧은 순간에 ‘나 광견병 주사 맞았나..’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이 개들이 우리를 도망가게 두지도 않아서, 잔뜩 쫄아든 아시안 여자애 둘이 손 꼭 붙잡고 개떼 싸움 한가운데서 으아아악 하고 있으니까 다행히 (이 모든 상황에 너무나 익숙해 보이는) 현지 사람들이 개들을 쫓아줘서 아무도 물리지 않고 상황이 끝났다.
사기 당하거나, 개싸움에 휘말리거나.
그런데 뭔가 이제 시작일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또 무슨 일이 생기려나, 맥그로드 간지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