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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e Kang Jul 03. 2018

또 하나의 받아들이기

춘수를 키우면서 나는 또 하나의 받아들이기를 해야 했다. 춘수는 그냥 먼치킨 고양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소위 "킬트"라는 종으로 먼치킨과 스코티시 폴드의 교배종을 이르는 말이다. 먼치킨 숏 레그는 자연발생종으로 특별히 유전병 같은 게 없다고 하지만, 스코티시 폴드는 다르다. 스코티시 폴드는 인위적으로 개량된 종으로 유전병이 흔히 발병하는 고양이 종이다.


나는 분양받을 당시, 춘수가 킬트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스코티시 폴드 특유의 동글동글한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춘수의 작은 귀는 그저 새끼 고양이라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었다. 분양받은 그 샵에 물어보고 나서야 킬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스코티시 폴드 종은 인공적으로 연골이 약하도록 교배를 시켜온 종으로, 기본적으로 관절이 약하고 언제 유전병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종이다. 폴드를 키운다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필요한 것이다. 꼬리의 연골이 굳어지거나 뼈끼리 뭉치고, 뼈의 형태가 변하거나, 혹은 정체불명의 뼈가 새로 생기는 "골연골 이형성증(osteochondrodysplasia)"이라는 유전병의 원인이 된다. 유전병인 만큼 치료 방법은 없으며, 병의 진행에 따라 고통과 장애를 안고 살게 된다. 대게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발병한다고 하지만 더 늦게 발병한다고도 한다. 이 병은 폴드와 폴드의 교배로 통해 태어난 고양이에게는 발병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바보같이 부모 고양이조차 모르고, 어떤 유전병을 가질지 모르는 채로 춘수를 분양받았다. 이제야 나는 유전병의 존재를 알아버렸다. 또한 춘수가 유전병을 가질 수 있는 종이라는 것도 알았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내 고양이는 그럴 리 없다고, 이렇게나 건강하고 아직 덜 자란 조그만 고양이가 그럴 리 없다고. 이후 춘수를 분양받은 펫샵 문의해봤으나 "아마 폴드와 먼치킨일 거예요"의 모호한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




다행히 춘수는 아직 유전병의 기미가 보이거나 발병하지 않은 채 건강하게 잘 지내지만 나는 언젠가 올지 모르는 그 병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유전병이 아니더라도 구내염이든 신장병이든 혹은 뭐 칼리시, 범백 등 여러 가지 병에 노출될 수 있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도 춘수야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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