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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e Kang Jul 02. 2018

받아들이기의 시간

춘수를 데려오기 전, 많은 고민이 있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말을 알고 지낸지도 수년. 하지만 나는 흔히 말하는 "로망묘"(언젠가 꼭 키우고 싶은 로망의 고양이)에 사로잡혀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가는 고양이 종을 얼마든지 데려올 수 있는 "나"인데,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나고 자랐는지 모르며 사람들 손을 탈지 안 탈지 모를 고양이를 어떻게 마음이 가서 데려온단 말인가. 


다리가 짧아 색다른 매력이 있는 "먼치킨 고양이"는 오래전부터 나의 로망묘였다. 한때 200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분양비에 당시 학생이던 나는 그저 예쁜 그림을 보듯 마음 앓이만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먼치킨이라는 종이 좀 더 흔해지기 전이었고, 당시 꽤 희귀한 종의 고양이만 취급하는 캐터리에서 아주 조금만 취급하고 있었다. 나는 그 고양이가 너무나 갖고 싶어서 매일같이 사진을 들여다보고 꿈에서도 보고 그렇게 갈망했었다.


먼치킨 말고 또 하나의 로망묘가 있었는데 그는 바로 스노우 레오파드를 연상시키는 "스노우 뱅갈". 뱅갈종은 대게 산책을 시킬 수 있고, 물을 좋아해 목욕을 하기 편한 종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다만 뱅갈고양이의 경우 고양이 중에도 덩치가 꽤 크다는 점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나 스스로는 고양이의 덩치가 크고 작은 것에는 상관없었지만 같이 사는 가족들은 작을수록 예쁜 동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나는 직장인이 되었고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그리고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다시 그 사진 속의 예쁜 고양이가 떠올랐다. 그 캐터리는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였가. 그래서 나는 많은 곳들을 찾아 캐터리로부터 아이를 데려오는 펫샵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춘수를 만났고, 분양받았다. 나의 오랜 로망묘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올바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보처를 구하거나 입양처를 구하는 고양이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괜찮은 걸까.


눈앞에 키우고 싶은 고양이가 아른아른하는데, 다른 고양이를 데려올 필요가 없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듣기 전에 이미 나는 춘수를 데려왔지만.


모든 곳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펫샵들은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 강아지 공장이나 고양이 공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윤리적인 행위가 반복될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나는 "사지 말고 입양하기"를 행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은 묘하게 나를 짓눌렀다. 나는 비윤리적인 행위에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춘수를 데려온 후로도 그 펫샵의 소식을 계속 소셜로 받아보고 있는데, 끊임없이 새로운 새끼 고양이의 사진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나는 알 수 없는 죄의식에 갇혔다. 나는 그 악순환의 굴레에 기여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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