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춘수가 언젠가 아플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마음에서 놓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춘수를 분양받은 펫샵 쪽으로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고, 결국 춘수를 샵으로 데려온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과 연락이 닿게 되었다. 나는 춘수의 부모 묘와 유전병에 관련해서 물어보기 위해 메시지를 남겼고, 늦은 저녁에 혹시 전화로 설명해도 괜찮냐는 그의 질문에 그러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열두 시가 넘어서 전화가 왔다. 그 통화는 그냥 형식적인 대답을, 텍스트 같은 증거로 남기지 않기 위해 하는 짧은 통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틀렸다. 그는 하소연하듯 내게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열두 시가 넘도록 상담을 해주지만 잘 되지 않는 업계의 불황이라던가, 반려동물의 시장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다던가, 어떤 캐터리는 어떻다더라 하는 그의 이야기를 한 시간가량 들었던 것 같다. 어쩌면 늦은 귀가로 인해 쌓인 힘듬과 서러움을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운영하는 펫샵의 고양이들은 대부분 캐터리 출신의 아이들이고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서 데려온다고 했다. 폴드라고 해도 유전병이 발병하는 비율은 크게 높지 않으며,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발병의 징조가 보인다고 한다. 꼬리가 다소 짧거나, 너구리처럼 꼬리가 통통하거나, 귀가 심하게 접힌 아이들이 있다고 했다. 혹은 다리를 절룩거리거나 앉는 자세가 일반 고양이와 달라지고, 지금 춘수는 1살을 넘겼으니 아마 유전병이 발병할 확률이 많이 낮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중을 대비해서 관절영양제를 좀 챙겨주면 낫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어떤 유투버의 고양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유명한 고양이인데, 그 고양이는 분양 전부터 분양업자들로부터 이미 유전병이 발병한 것이 확실한 고양이라고 알려져 있었다고. 업자들은 이미 많은 고양이들을 분양해 왔기 때문에 고양이를 조금만 봐도 어떨지 대충은 알 수 있다고 했다. 고양이가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사람들을 속이면서 파는 업자들이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어쨌든 사람들은 귀여운 외모에 속아서 사기 때문이고, 고양이의 경우 "발병"이라는 하자가 생겼다고 구입처(펫샵)에서 A/S를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펫샵을 통해서 강아지나 고양이가 많이 유통되기 때문에 번식장을 통해 수요를 채우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고, 그러다 보니 번식장은 무분별하게 번식을 해서 수요를 맞추는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품종 묘를 원하다 보니 무분별한 번식이 더욱 종용된다. 불법 번식장과 경매장이 흥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그의 가게에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캐터리를 통해 수급받는다고 했지만, 그래도 가끔 저렴한 가격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경매장을 통해 데리고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떤 캐터리에서는 브리더분이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서 품종 묘라고 파는 고양이의 대부분은 믹스나 다름없다고. A고양이 B고양이를 교배해서 A고양이와 종이 닮으면 A고양이, B고양이와 종이 닮으면 B고양이로 판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정말 품종이란 게 의미가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늦은 밤에 걸려온 전화라 대부분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와의 긴 전화통화를 통해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은 다 들었던 것 같다. 그것도 내가 원하는 대답으로. 아니 어쩌면 그는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이 어떤 것인지 알고, 그런 대답을 해줬는지도 모르겠다. 춘수가 유전병이 발병할 확률이 낮을 것이라는 의견, 그리고 엄선되어 온 고양이라는 점. 이것은 그가 그냥 기존의 고객에 대해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의 전화로 인해 나의 걱정은 한시름 덜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을 영원히 떨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춘수와 같은 종의 고양이를 보면 건강하고 괜찮은지 걱정이 된다. 아프지 말자. 이 세상의 고양이들아. 아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