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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e Kang Jul 13. 2018

춘수의 스튜디오 촬영기

춘수가 7개월이 되던 시점에, 좋은 기회가 생겨 반려동물 전용 스튜디오에 촬영하러 가게 되었다. 접종 등을 위해 찾은 동물병원을 제외하면 아마 춘수의 공식적인 첫나들이일 것이다.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와 함께 어딘가 외출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스튜디오 촬영일을 기다렸다. 촬영 당일, 춘수는 조그만 슬링백에 넣어져 차를 타고 함께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처음 들어갔을 땐 사무실에 일하는 멍멍이들이 왕왕 짖어서 춘수는 깜짝 놀라 슬링 백안에서 바들바들 떨었다. 스탭분들이 빠르게 멍멍이 친구들을 사무실 쪽으로 격리시켜주셨다.


멍멍이 친구들이 격리되고, 티테이블에 안내를 받아 갑갑해 보이는 슬링백에서 춘수를 꺼냈다. 스튜디오에서 본격적으로 사진 찍기 전에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배경지를 고르는 동안 춘수는 종종걸음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춘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개 짖는 소리에 놀란 여파인지 춘수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캐비닛 아래로 숨어버렸다. 스탭분들이 고양이 간식과 장난감으로 아무리 유혹해도 나오지 않아 내가 자세를 한껏 낮추고 손을 집어넣어서야 간신히 꺼낼 수 있었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에 대해 놀랐기 때문인지 춘수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는 반려동물 전문 스튜디오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춘수를 잘 어르고 달래며 사진을 찍었다. 특히 코에 간식을 묻혀 순간적으로 포착해낸 혀를 낼름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장난감이나 간식으로 춘수의 시선을 훔치고, 그 순간을 셔터에 빠르게 담는 스탭분들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춘수가 낯설어하는데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그중에 고작 6장만 선택해야 한다는 게 나에겐 너무 어려웠다. 연신 "귀여워"라고 감탄하며 사진을 고르고 또 골랐다. 



다만, 춘수가 너무 웅크리고 있는 탓에 정면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는데, 춘수는 측면 미남이라 예쁜 측면사진들을 잔뜩 고를 수 있었다. 춘수의 첫 촬영인지라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스탭분들 말로는 예약하고 왔다가 케이지에서 나오지 않아 그대로 돌아간 고양이 손님들도 꽤 된다고 했다. 춘수 정도면 수월하게 찍은 편이라며 칭찬해주셨다. 춘수는 아주아주 까다로운 고양이는 아니었나 보다.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패키지로 함께 폰케이스를 만들었는데 아직도 잘 쓰고 있다. 폰케이스는 정말 한시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물건 중 하나인데, 춘수가 보고 싶을 땐 언제든지 핸드폰을 뒤집어보면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폰케이스의 춘수는 장모 특유의 볼 털이 터지기 전에 찍은 사진이라 동글동글하면서 복슬복슬한 순간이 잘 담아져 있다. 적어도 내 폰케이스에서만은 작고 복슬복슬하며 동글동글한 춘수가 영원히 간직되는 것이다.




촬영을 다 마치고, 스튜디오의 개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 소셜 네트워크의 스타 강아지인 '철수'와 '트립 도기'의 페퍼를 기억한다. 이 친구들은 잘 훈련된 친구들이라 사진 찍히는 일에 능숙한 것 같았다. 춘수도 사진을 많이 찍다 보면 자연스러워질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촬영에 앞서 낯설어하고 불편해하는 모습에 이건 내 욕심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남겨질 나를 위해 지금의 춘수를 조금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음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지. 좀 더 춘수의 입장을 헤아려봐야지.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 마음을 먹은 게 얼마나 지났는지, 나는 또 욕심을 부려 스튜디오에 갈계획을 세웠다. 이번엔 목표가 조금 달랐다. 춘수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싶었다. 마침 전에 찍었던 가족사진이 꽤 오래된 데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찍었으니 글을 쓰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이다) 춘수도 우리 가족의 일원이니 한쪽에 당당하게 자리 잡은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려동물 동반 사진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찾게 되었고, 순조롭게 예약을 하고 스튜디오를 찾았다.


하지만 너무 당황했던 것은 이 스튜디오는 고양이 촬영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이전 반려동물 전문 스튜디오에서 봤던 전문적이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기대할 수 없었다. 마치 사람 아기를 찍듯 큰 소리를 내며 스탭들이 귀엽다며 누구의 허락도 없이 춘수를 만지작거렸다. 춘수가 스트레스받아하는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촬영이고 뭐고 당장 춘수를 데리고 집에 가고 싶었지만 다들 간신히 시간을 맞춰 사진 찍으러 온터라 어쩔 수 없이 촬영이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가족사진을 어느 정도 찍고 나니 촬영하는 스탭분은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만들어 춘수를 집중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왜 저렇게 많이 찍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꽤 지쳐있었기 때문에 그냥 멀리서 쳐다보기만 했다. 지쳐있는 나 대신 오빠가 적극적으로 춘수를 케어해줬다. 그런데 그들이 춘수를 열심히 찍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에 춘수의 사진을 쓰고 싶었던 것이다. 사전에 동의를 받았다면 그렇게까지 기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사랑하는 고양이를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앞에서 수차례 플래시 세례를 받게 하다니. 나는 정말 자괴감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이것 또한 내 욕심이었으리라.


거실 한가운데에 있는 가족사진을 보면 춘수와 가족들이 함께 있는 사진이라 보면 기분은 좋지만, 그 촬영할 때의 불편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어 다음엔 욕심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더 이상 춘수가 낯선 곳에서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대부분의 고양이들도 춘수처럼 낯선 곳에 가면 많이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이런 고양이 친구들을 위해 "방문 촬영"이라는 것도 최근 추가되는 추세인 것 같다. 스튜디오처럼 다양하고 예쁜 연출을 하긴 어렵더라도 대신 익숙한 공간에서 고양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소셜 서비스를 통해 소식을 받아보는 분이 포트폴리오 삼아 춘수의 홈 스냅을 찍어주기로 하셨다. 낯선 곳에 가지 않아도 되니 춘수로서는 이만한 행운이 없었다.


홈 스냅 촬영은 매우 순조로웠다. 춘수는 어디 숨거나 무리하게 플래시에 노출되지 않았다. 사진들은 하나같이 자연스러운 춘수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스튜디오 촬영으로 찍은 사진은 예쁜 인형 같은 모습이었다면, 홈 스냅은 정말 자연 그대로의 고양이 같은 모습이었다. 기회만 된다면 매년 홈 스냅을 남겨 춘수의 한해 한해를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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