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수가 1살이 되던 해부터 먹는 것은 다양하게 먹여보려고 했다. 흔히들 사료 여러 종을 가지고 기호도 테스트라는 것을 하던데, 춘수도 역시 해봤다. 하지만 특별한 선호도가 없이 다 잘 먹어서 별문제 없으려니 싶었다. 반려인들이 흔히 말하는 "사료 유목민(정착하지 못해 이리저리 떠도는 유목민에 빗대어 한 가지 사료에 정착하지 못한 반려인을 칭하는 말)"이 될 염려는 없겠구나 생각하며 안도했다.
하지만 나는 큰 실수를 했다. 맛보기로 먹였던 것 중 내 맘에 드는 오리를 원재료로 한 사료를 무려 15 봉지(7킬로그램)이나 시켰기 때문이다. 많이 사면 아무래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또 사료가 빨리 떨어질 걱정이 없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그렇게 주문했던 것이다. 새로운 사료를 처음 줄 때는 춘수는 맛있게 잘 먹었다. 하지만 똑같은 사료를 6개월간 먹고 나서는 사료를 먹기 싫어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니 분명히 이거 좋아하고 잘 먹었는데 왜 그러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밥그릇에 담아주길 무섭게 오독오독 씹어먹었으니까. 트릿(treat)을 으깨 토핑 해줘야 겨우 입을 대는 수준이었다. 매번 그렇게 밥을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밥을 주면 그릇에 가서 냄새를 한번 맡아보고는 덮어버리는 시늉을 한다. 먹기 싫다는 표현이었다. 사실 사람도 매번 똑같은 음식만 먹으면 질리고 답답하지 않겠는가. 음식을 선택할 수 없는 고양이의 입장에선 변화가 없이 계속되는 똑같은 식단에 그저 밥투정을 하는 정도밖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 다른 사료를 주니 주기가 무섭게 밥그릇을 비웠다. 그제야 알았다. 춘수는 먹던 사료에 질렸던 것이다. 자책감도 조금 들었다. 왜 미리 알아주지 못했을까. 춘수가 특별한 재료에 알레르기가 없고, 특별한 취향이 없기에 내가 편한대로 행동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춘수는 그 여파로 아직도 오리 베이스의 사료는 잘 먹지 않는다.
지금은 사료를 여러 종류를 돌아가면서 지급하고 있다. 한 가지 사료만 계속 지급해서 질려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사료 유목민이 되었다. 간단하게는 사료의 등급이나 원재료를 판단하는 것부터 성분이나 기호성, 가격 등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주변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조언을 받아본다. 막상 정보를 받고 자료를 분석해도 춘수가 좋아하지 않으면 또 그것 또한 걱정거리가 된다. 내 마음에 쏙 든다고 고양이 마음에까지 쏙 들 수는 없는 것이다. 파나 피망을 싫어하는 어린아이에겐 싫어도 먹게끔 설득할 수 있지만 고양이는 설득이 안된다. 고양이가 먹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료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춘수는 다행히 위에 언급한 그 오리 베이스의 사료가 아니라면 대체로 잘 먹는다. 1킬로그램 내외의 작은 봉투의 사료를 구매해 돌아가면서 급여 중이다. 작은 봉투를 사는 이유는 사료를 오래 뜯어두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료의 맛과 향이 공기에 노출되면서 산화가 되는 것은 아무리 방습제를 넣어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으니 차선책으로나마 사료의 신선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늦게나마 읽어본 고양이 양육에 관한 도서에서도 다양한 사료를 돌아가며 급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양이의 입맛이 까다로워질 수 있고, 가리는 것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