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가을임을 느끼게 해 주는, 제법 차가워진 바람이 나뭇가지를 우수수 흔든다. 길게 땋아 내린 머리카락이 한결 가볍게 팔랑거리는 것 같다. 낙엽이 바스러지는 소리도 왠지 즐거웠다.
“누님!”
그 소리에 멈칫하여 뒤를 돌아본다. 열네 살 난 동생 려운이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뛰어온다. 반가운 마음에 이쪽에서도 손을 흔들어 준다. 웃고 있는 표정과 달리 걱정이 하나 불쑥 솟아 나왔다. '저러다 넘어질 것 같은데…. ' 려운이는 요령 좋게 풀썩 뛰어넘으며 위기를 모면하는 듯했으나 결국 다른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려운에게 다가갔다.
“다친 데는 없어?”
“괜찮아요, 누님.”
려운은 씩씩하게 일어나 씩씩하게 웃어 보인다. 그래도 넘어져 부딪힌 곳이 아픈지 무릎을 문지르는 손을 떼지는 못한다.
“어디 보자.”
무릎께를 걷어 보니 생채기 하나 없이 말짱하다. 웃으면서 옷가지에 묻은 흙 부스러기를 털어냈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네. 어머니께 혼날 뻔했으니까.”
그에 려운이도 함께 웃었다.
“누님. 어서 들어가요. 바람이 춥습니다.”
“응. 얼른 가자.”
또 넘어질세라 려운이의 작은 손을 찾아 쥐었다. 려운이는 약간 수줍은 듯한 빛을 얼굴에 띠고 졸래졸래 따라왔다.
작은 마을, 외곽에 있는 작은 집의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솟는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굴뚝마다 밥 짓는 연기가 나지 않겠냐만은 유독 그 하얀 연기엔 맛있는 냄새도 잔뜩 담겨있는 것 같았다. 사립문 안으로 들어서다 잘 포개진 장작과 아버지가 보인다. 마루에 네 식구가 오순도순 둘러앉아 조반을 들 때, 어머니는 우셨다.
아버지의 땀방울,
어머니의 눈물,
동생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 밝은 그 날은 나의 열다섯 번째 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