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수는 여러모로 내가 키웠던 고양이들과 달랐다. 이전과는 키우는 방식이 달랐기도 했지만 애초에 이전의 고양이들과 성격이 다른 것 같다. 물론 모든 고양이들이 다 같은 성격일 것이라고 단정 지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어떤 성격이기를 바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마냥 온순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에게 익숙했다. 그래서 사람이 옆에 오면 도망을 가거나 물고 할퀴고 때리는 춘수는 아직 낯설 때가 있다. 그렇다고 춘수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겠지만.
춘수는 자신을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빗질도 싫어하고, 목욕도 싫어하고, 발톱 깎는 것은 더더욱 싫어한다. 짜증 나서 물때는 엄청 아프게 물기도 한다. 손이며 발에 이빨 구멍이 몇 개나 뚫렸던가. 난 고양이가 이렇게 아프게 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특히 발톱 깎을 때가 제일 힘든 전쟁이다. 간식을 주면서 해봐도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린다.
간식은 아주 좋아해서 자다 깨거나 혹은 비몽사몽 하는 간에도 간식이 보이면 먹는다. 사실 이건 아직도 좀 의아하다. 아무리 간식이 좋다기로서니 자다 깼는데 간식을 바로 냠냠 먹을 수 있을까? 간식을 준비하고 있으면 세상 이렇게 예쁜 천사 냥이가 따로 없다. 예쁜 목소리로 "냥냥" 사랑스럽게 울면서 다리에 비비적거린다. 다리에 부비는 행동은 간식 준비가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다. 또 하나 신기한 점은 춘수 전용 간식 그릇이 있는데 그 그릇을 꺼내는 소리만 들어도 어느새 부엌에 와서 "야옹"하고 올려다본다.
춘수는 예민하고 섬세해서 화장실이 더러우면 참을지언정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오버 그루밍이 아닐까 싶을 만큼 몸단장을 자주, 오래, 꼼꼼하게 한다. 멀리서 딱히 큰 동작을 하지 않아도 혼자 화들짝 놀라며 도망가기도 한다. 그래서 춘수와 있으면 가끔 내 움직임을 신경 쓰곤 한다.
밤중에 우다다도 아주 열심히 하고, 틈틈이 새벽에 깨운다.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낯 시간에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다만 문 밖에서 나는 발자국 소리나 초인종 소리는 청소기만큼 무서워한다. 혼자 노는 것보다 사람들과 교감하며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꽤 똑똑해서 레이저로 놀 때는 레이저 포인터를 집어 들면 눈이 반짝하고 빛난다. 레이저 불빛이 어디서 나오는지 금방 터득했다.
춘수가 아주 어렸을 때는 내 곁에서 잠들었지만, 또 어느 정도 자라서는 한동안 거실 소파에서 잠들기도 했다. 어느 겨울날 우울한 기분에 위로받고자 춘수와 함께 자겠다며 이부자리를 챙겨 거실 소파 옆에 자리 잡았던 적이 있었다. 근데 한겨울의 냉기가 으슬으슬하게 바닥에서부터 올라와 결국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춘수랑 같이 자는 건 힘든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또 어느 순간부터는 내 옆에 와서 같이 잠들고 있다. 여름에는 방이 너무 더워서인지 복도에서 자는데, 그래도 내가 보이는 장소에서 잔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고양이다.
춘수를 분양받은 곳에서 춘수와 똑같이 생긴 아기 고양이를 봤다. 손만 대면 그릉그릉거리는 아주 조그만 고양이. 춘수 한 마리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고, 또 춘수가 다른 고양이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에 아직 둘째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나에게 껌딱지 같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종종 생각한다. 여름에 더워 죽겠지만 그래도 나랑 붙어있고 싶어서 내 곁을 떠나지 않는 껌딱지 같은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