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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e Kang Jul 31. 2018

소비하는 요령이 생겼다

춘수가 집에 오고 여러 가지가 바뀌었고, 그중 꽤 크게 변한 것으로는 소비패턴이 있다. 나는 제법 모든 일을 귀찮아하는 성격인 데다가 특히 뭘 살 때는 적당히 찾아보고 사는 편이었다. 천 원, 이천 원 차이나는 정도로 내 시간과 발품(?)을 팔아 물건을 저렴하게 사느니 그냥 적당히 저렴해 보이는 물건을 구매했다. 중고거래 역시 연락하고 만나거나 택배를 받는 것들이 번거로워서 대충 찾아보다가 신품과 큰 차이가 안 나면 신품을 샀다. 이렇게 사는 삶은 꽤 편리했고, 내가 산 물건이 다른데서 싸게 판다는 것을 알아차려도 '앗 재수가 없었어.'정도로 배 아파하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춘수를 만나 바뀌게 되었다.


고양이 장난감이나 사료, 모래, 간식과 같은 소모품은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이전처럼 구매하는 패턴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잘 쓸지 안 쓸지 모르는 용품들에 대해서는 구매가 신중 해진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캣타워를 꼽을 수 있는데, 부피가 크고 가격도 제법 비싼 편이라 이것만큼은 신중하게 고르고, 후기를 찾아보며 고르게 되었다. 그러다 고양이를 키우는 회사 동료로부터 조언을 얻었는데, 캣타워 같은 고양이 물품은 신제품 같은 중고제품이 꽤 많다는 것이었다. 대게 캣타워는 마련해서 잘 쓰면 굳이 팔지 않는데, 중고매물로 나온 캣타워는 고양이들이 쓰지 않아 팔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고물품을 찾아보니 정말 신품 같은 중고매물들이 꽤 많았다. 이건 캣타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수기나 방석, 이동장 등 다른 고양이들이 쓰길래 샀다가 우리 고양이는 안 써서 파는 케이스가 꽤 되었다. 고양이의 취향은 그야말로 "냥바냥(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영어 표현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고양이마다 차이가 있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기에 이런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나도 춘수를 반려하게 되면서 그 시장을 형성하는 일원이 되었다. 춘수를 예로 들자면, 춘수는 폭신폭신한 것을 싫어하는데 춘수를 데려오고 그런 성격을 바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 고양이들이 좋아한다는 푹신푹신한 마약 방석을 샀다가 그냥 방구석에 자리만 차지하게 된 것이다. 춘수가 전혀 쓰지 않아서 그 방석은 새것이나 다름없었고, 그래서 나는 그것을 중고거래를 통해 팔았다.


구매하는 데는 꽤 신중해져서 간식 같은 것도 구매후기를 꼼꼼히 챙겨보면서 읽게 되었고, 혹시 같은 제품이 중고시장에 올라와있지 않은지 검색하게 되었다.


"혹시 샀는데 안 쓸까 봐."

이런 걱정으로 중고물품을 고려할 때도 있었다.


여름을 맞이하며 구매했던 클리퍼(애견용 이발기)도 중고로 구매했다. 클리퍼를 써본 적도 없고, 또 클리퍼를 쓸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무턱대고 신품을 구매하기가 겁났다. 분명 사놓고 안 쓰는 사람이 있겠지 싶어 중고 물품을 찾아봤고, 한번 쓰고 안 쓰게 되었다는 판매자를 찾게 되었다. 신품에 비해 다소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것을 보고 서둘러 구매했다. 다행히 춘수는 클리퍼 사용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 서툴고 삐뚤빼뚤하지만 클리퍼를 이용한 미용으로 폭염이 시작되어도 거뜬하게 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엉덩이 털이 길어서 고질적으로 똥이 묻는 것도 털 미용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엉덩이에 뭘 묻히면 어쩔 수 없이 엉덩이라도 씻겨야 했는데, 사람도 고양이도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었다. 엉덩이 털만 밀어도 서로 쾌적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클리퍼는 내 중고거래 물품 중 가장 잘 산 물품이 되겠다.


그 외 캔이나 사료, 정수기 같은 것도 중고로 흔히 나온다. 먹는 것은 '대부분 입맛에 맞지 않아서 먹지 않는다.'의 경우고, 정수기는 '샀는데 안 쓰더라'같은 경우다. 물건 값이 꽤 비싼데 쓸지 안 쓸지 궁금하다면 중고거래를 통해 알뜰하게 구매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 한 번, 춘수가 나를 바꿔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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