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널 죽일 수 있다니. 난 널 죽일 생각 없어. 아니 너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죽일 생각은 없어.”
웬디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피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웬디, 넌 나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지. 네가 아니면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내가 널 왜 죽여?”
“그야 넌 웬디고 난 피터인걸.”
피터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다만 웬디는 이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은 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주제로 말머리를 돌렸다.
“네버랜드는 어떤 곳이야? 아이들의 낙원이라니?”
“그 말 그대로야. 여긴 아이들만 살아.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
“아이들만?”
“그래. 너와 나 같은.”
피터는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다른 아이들은 어디에 있어?”
“지금은 사냥을 나갔지. 곧 돌아올 거야. 그 애들도 네가 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다른 아이들도?”
피터는 물론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웬디는 점점 더 알 수 없어졌다.
“웬디, 넌 궁금한 게 많구나? 다른 아이들은 어른이 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해하던데.”
피터가 말했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니야?”
웬디가 물었다.
“네가 여기, 네버랜드에 적응한다면 그런 의문은 다 쓸모없어질 거야.”
그때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딸랑거리는 종소리도 들렸다.
“팅크? 그리고 너희들 모두 왔구나.”
피터가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가 말한 아이들이 돌아온 모양이다. 손에 토끼며 꿩이며 사냥감들을 잔뜩 들고 왔다. 아이들은 총 여섯 명. 모두 피터보다 한참 어려 보였다. 그들도 웬디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웬디?”
아이들은 와아 소리 내며 뛰어서 웬디와 피터의 곁에 모였다.
“자 소개할게. 여기 투틀즈, 닙스, 슬라이틀리와 컬리. 그리고 이쪽은 쌍둥이야.”
피터가 아이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그리고 여긴 팅커 벨. 팅크라고 불러.”
피터는 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을 가리켰다. 마치 밤하늘의 별이 눈앞에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작고 반짝이는 빛이 조그만 금빛 가루를 흩날리며 천천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빛에서는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팅크?”
웬디가 물었다. 피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웬디, 팅커 벨을 조심해. 이 녀석 보기보다 장난이 심하니까.”
피터는 진지한 얼굴로 웬디를 쳐다보며 주의를 줬다. 이렇게 작고 반짝이는 예쁜 별빛 요정을 조심하라니. 웬디는 피터가 팅커 벨을 미워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팅커 벨은 피터의 말에 항의하듯 딸랑딸랑 종소리를 냈다. 피터는 팅커 벨의 항의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팅크, 경고하는데. 웬디를 괴롭히지 마.”
피터는 이번에는 근엄한 얼굴로 반짝이는 빛에 대고 주의를 줬다. 팅커 벨은 큰 호를 그리며 피터와 아이들의 주변을 돌더니 오두막집 한 군데로 쏙 들어가 버렸다.
“흥. 멋대로 하라지.”
피터가 팅커 벨의 뒤에다 대고 소리쳤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웬디. 저 녀석을 정말 조심해야 해. 팅크에게 당한 녀석이 한둘이 아니라고. 안 그래 투틀즈?”
피터가 투틀즈라고 소개한 소년에게 고개를 까딱이며 물었다. 투틀즈는 그의 말에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는 그 보라는 듯이 웬디를 쳐다봤다. 웬디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에 살면 중요한 게 몇 가지 있어. 일단, 무엇보다 내 말을 따라야 해. 왜냐하면 나는 대장이니까.”
피터가 어깨를 으쓱하며 일어서서 가볍게 팔짝 뛰었다. 그리고 그는 수탉의 울음소리를 멋지게 뽑아냈다. 모여있는 아이들은 박수를 짝짝 치면서 피터를 칭찬했다.
“그리고 해적을 조심해. 그 녀석들은 어른이니까. 특히 오른손이 갈고리인 남자는 더욱더.”
“오른손이 갈고리라고?”
웬디가 물었다.
“그래. 그 남자의 이름은 제임스 후크. 해적들의 선장이지. 해적 중에서도 그 남자는 특별히 조심해야 해.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소문도 있다고.”
피터는 위협하듯 낮게 으르렁거렸다.
“물론 내 적수는 못되지만 말이야. 그 남자의 오른손은 내가 잘라버렸거든.”
피터는 자랑스러운 듯 다시 신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오른손을 잘랐다고?”
웬디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응. 그리고 악어에게 선물로 줬지.”
피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마치 사탕을 선물로 준 것 같은 말투였다.
“괜찮아. 해적이 나타나면 내가 모두를 지켜줄 거니까.”
피터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보기만 해도 비쩍 마른 이 소년이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웬디는 의심쩍었지만, 이런 외딴 섬에 사는 제임스 후크라는 남자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웬디는 고개를 몇번 흔들고는 생각을 떨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