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시에서 가장 먼저 찾는 곳

190827(화) 발렌시아 메스타야, 대성당

by 여행일기

여행해야 할 곳의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혹은 여행자의 관심과 맞닿아 있는 장소다. 발렌시아 대성당이라는 랜드마크가 있기는 했지만, 스포츠라는 확실한 관심사가 있으므로 발렌시아 CF(Club de Fútbol, 이하 발렌시아)의 홈구장 메스타야(Estadio de Mestalla)부터 가기로 했다.


발렌시아는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만큼 막대한 자본을 쏟아 특급 선수들을 영입하는 팀은 아니지만, 6번의 라리가 우승과 3번의 UEFA컵(현 유로파리그)을 차지한 명문 클럽이다. 지금도 UEFA 챔피언스리그 단골일 정도로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 메스타야라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축구장에서 뛴다.


유럽에서도 가장 큰 구장인 캄프 노우를 불과 이틀 전에 다녀온 탓인지 메스타야는 다소 작아 보이긴 했다. 하지만 결코 작은 구장은 아니다. 메스타야는 5만 5000명이나 수용 가능한 규모 있는 축구장이고, 무엇보다 1923년에 개장해 역사적 자부심이 대단하다.


피치와 스탠드를 간단히 둘러보고 난 뒤에는 팀의 영광스러운 역사를 볼 수 있다. 세계적인 명장인 라파 베니테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등이 거쳤고, 마리오 켐페스, 다비드 비야를 비롯한 무수한 스타들이 과거 이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2004년에는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 선정 세계 축구클럽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이강인이 속한 팀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강인이 ‘축구신동’이 아닌 ‘선수’로 처음 주목받게 된 것도 발렌시아와 계약했을 때다. 한국인 선수가 발렌시아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당분간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던 빅뉴스였다. 축구팬이라면 이강인이 없어도 스페인 여행 중에 꼭 와봐야 할 곳이 바로 메스타야다.

1.jpg 최대, 최고가 아닌 대상에도 애정을 듬뿍 담을 줄 아는 것이 덕후의 덕목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녀오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궁금해한다. 특히 장기여행이라면 주변인들의 궁금증은 더 커진다. 사실 답하기 좀 곤란한 질문이다.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특별한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원하는 (금전적, 세속적) 관점으로 이야기하자면 득 보다 실이 많다. 여행한 국가의 언어를 조금 배워오는 게 전부고, 이마저도 다른 방법으로 대체 가능한 것들이다.


하지만 꼭 가야만 하는 이유를 찾자면 얼마든지 있다. 긴 여행을 마치고 나면 여행 이후의 삶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구석이 늘어난다. 일주일 휴가, 2박 3일 밤도깨비 투어 같은 단기여행으로는 알기 힘들고, 한 곳에서 오래 머물수록 좀 더 감을 잡기 수월하다.


메스타야에 오기 전부터 발렌시아라는 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나에게 이 팀은 스페인에 존재하는 수많은 축구팀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발렌시아의 경기가 TV에서 중계되면 좀 더 애정을 갖고 즐겁게 볼 수 있다. 전과 같은 것을 봐도 전과 다르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여행의 선물이다.


여행이란 세상의 일부분을 내가 잠시 다녀갔던 곳으로 채워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많은 곳을 채워갈수록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즐거움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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