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토마토 축제가 궁금하세요?

190828(수) 라 토마티나

by 여행일기

발렌시아에서 5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부뇰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무엇하나 특별할 것 없는 곳이라 평소엔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이곳. 8월이 아니면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는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 유명한 토마토 축제(라 토마티나)다.


그냥 별것 없다. 1시간 동안 무차별적으로, 누구에게든 토마토를 던질 수 있다. 다른 사람 몸에 토마토를 던지면 상대방이 화를 내거나 법적 처벌을 받게 되지만 여기선 합법이다. 그리고 토마토를 맞고도 사람들이 웃는다. 평소에는 함부로 던지기 힘든 비싼 토마토를 마음껏 던져도 된다는 것 역시 매력이다. 자기가 던질 토마토까지 직접 사야 한다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겠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고, 참가비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티켓을 어떤 경로로 언제 구매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스페인까지 온 사람이 이 축제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비용 때문에 포기할 수준은 결코 아니다.


발렌시아에서 열차로 1시간이면 된다는 것 외엔 세상에 크게 알려진 바 없는 스페인 동부의 작은 마을에 아침부터 세상 모든 인종들이 모여 장사진을 이룬 것만 해도 볼거리였다. 들어올 땐 대부분 흰옷이지만, 나갈 땐 흰옷을 입은 사람이 하나도 없을 터였다.


이 축제가 벌어지는 부뇰의 한국어 발음은 분열과 유사하지만, 여기선 토마토만 던질 뿐 감정 실린 싸움은 없다. 오히려 화합이 이뤄진다.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한창이었지만 여기서 만난 일본인들과는 서로 토마토를 던진 뒤 사진을 찍어주며 각자 상대의 언어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토마토 전쟁이 끝나면 온몸에 토마토가 남는다. 옷과 신발은 버릴 것들로 미리 준비해 입고 신었던 터라 상관이 없었지만, 머리에 엉기고 귓속으로 파고든 빨간 잔해들을 씻어내는 건 생각보다 꼼꼼함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시작 전에는 돌덩이 같은 새 토마토를 맞아 아프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아픔보다 찝찝함이 문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하지만 두 번 간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그 축제. 그래도 8월에 발렌시아까지 왔다가 참가하지 않으면 꽤나 오래 후회할 이벤트다.

8월 마지막 수요일 부뇰에서 이 정도면 양반이지.

혼자 가면 조금 위험하거나 재미가 없을 수도 있으니 동행을 구해서 같이 가기를 추천한다. 사람을 많이 모아서 9명이서 가기로 했다가 워낙 인파가 몰리고 행사장이 복잡했던 탓에 4명밖에 모이지 못했지만 즐기기엔 충분했다.


저녁에 발렌시아로 돌아와 넷이서 같이 저녁을 먹을 때 다들 토마토가 들어간 메뉴는 피했다. 스타터는 선택할 수 없다고 해서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는데, 첫 접시부터 토마토 위에 삶은 달걀을 얇게 잘라 얹은 음식이 나왔다. 다행히 썰어놓은 토마토라 낮에 본 으깨진 토마토들이 떠오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들 먹으려고 하질 않았다. 특별히 호불호 없는 재료들만 조합해 만든 음식이 이렇게 인기 없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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