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31(토) 알함브라 궁전, 타파스 투어
알함브라(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알람브라가 맞지만 알람브라 대신 익숙한 알함브라라고 쓴다고 전술했다) 궁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나스르 궁전을 다녀오고 24시간도 지나지 않았으나 밝을 때 다시 오니 마치 다른 곳에 온 듯 새로운 기분이었다. 우선 궁전이 시내보다 높은 곳에 있어 입구에만 와도 그라나다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온 것과 같다.
개인적으로 밤보다 낮이 더 좋았던 것은 궁전 내부에 있는 기하학적 무늬가 더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똑같이 만들라면 어려울 만큼 정교하게 하나하나 장식되어 있다.
어떤 건축물이든 그것이 위치한 도시보다 위대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경복궁이 지닌 역사적 가치, 의미를 감안하더라도 경복궁이 서울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알함브라는 이러한 법칙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다. 그라나다라는 도시보다 알함브라의 이름을 아는 이들이 아마도 세상에 더 많을 것이다. 알함브라를 보기 위해 일부러 그라나다까지 오는 사람은 많지만, 알함브라를 빼면 그라나다는 빛을 절반 이상 잃는다. 그라나다까지 왔다가 알함브라에 들르지 않았다면 다른 여행자들의 질문공세에도 시달릴 거다.
위대함에 압도되면 대상에 몰입하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방문자들은 궁전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모순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게 한 창과 방패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화려한 장식 위에 눈이 돌아가게 만드는 천장이 있다. 떼려던 걸음을 다시 붙이거나, 멈추려다 시선이 가는 곳으로 몸이 기울어 몸이 휘청거리기도 수차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다음 구역으로 가는 발길을 붙잡는다.
지금껏 여행하며 많은 장소에서 스케일에 반했다가 디테일에 실망하는 경험을 셀 수 없이 해봤다. 하지만 알함브라에서는 둘 중 어떤 쪽에 마음이 끌렸더라도 나머지 한 가지 역시 만족스러울 가능성이 크다.
정원까지 전체를 돌아보려면 4~5시간은 족히 걸린다는 이야기를 익히 듣고 왔다. 실제로 거닐면 4~5시간이 걸릴 만큼 넓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만 멈춰서 놀라고 감탄하느라 한 번에 서른 걸음 이상 가기 힘들다. 알함브라가 보이는 맞은편 전망대에서 맥주를 마시며 보는 불 켜진 알함브라와 도시의 야경도 생애 단 한 번만 있을지도 모를 기억 속의 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