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01(일) 그라나다-론다, 누에보 다리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오후에 론다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예매해놓은 열차 티켓이 있어 기차역으로 갔다. 모니터에 내가 탈 열차 정보가 나오는데 플랫폼 번호 대신 ‘BUS’라고 적혀 있었다. 의문이 생겨 직원에게 물으니 버스를 타고 중간지점까지 간 뒤 그곳에서 기차로 론다까지 가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모바일 티켓 아래에 있던 문장을 번역기로 돌려보니 버스를 타고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는 동일한 내용이 있어 직원의 설명을 신뢰할 수 있었다. 알고 나서 보니 왜 그라나다에서 200km도 떨어지지 않은 론다까지 3시간이나 걸리는지 이해가 됐다.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서 해본 적 없는 방식의 이동이라 나름 색달랐다.
론다는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 ‘누에보 다리’를 제외하면 특별할 것이 없는, 인구가 4만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도시다. 스페인어 ‘누에보(nuevo)’는 ‘새롭다’는 뜻을 갖고 있다. 1793년에 완공됐다고 하니 지금 기준으론 새 것이 아니지만 당시엔 신상이었다. 새로운 다리라는 뜻의 오래된 다리가 있다는 사실이 별 것 아닌데도 재밌다. 신논현역, 신용산역은 100년 뒤에도 같은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 다리와 조화를 이루는 절벽을 스페인 최고의 절경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나 역시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누에보 다리를 보러 론다를 찾았고, 후회하지 않았다. 관광지이긴 하지만 대도시와 비교하면 사람들도 더 친절하다는 인상을 준다.
친절은 바쁨의 정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누에보 다리에 관광객들이 몰릴 시간을 제외하면 한적한 이곳의 자영업자들은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더 깊게 신경을 써주는 모습이었다. 특히 시내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혼자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주인이 테이블을 닦으러 왔다가 아이스크림 맛이 괜찮은지 물었던 게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다. 한국에서는 매장에서 안 먹고 매번 들고 나오기만 해서 들을 기회도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