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09(월) 톨레도, 세고비아
마드리드에 머물던 기간 중 하루는 근교에 위치한 톨레도, 세고비아 투어에 썼다. 톨레도는 우리로 치면 경주 같은 도시다. 현재는 대도시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던 곳으로, 혹자는 톨레도 대성당이 스페인 최대 성당인 세비야 대성당,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보다 더 중요한 성당이라고 말한다. 역사에 무게를 둔다면 반박하기 쉽지 않은 의견이다.
톨레도 대성당은 성당이자 미술관이다. 톨레도는 ‘엘 그레코의 도시’로도 불리는데, 이는 크레타 섬에서 태어났으나 예술적 고향은 톨레도였던 화가 엘 크레코 덕택에 얻은 명성이다. 성당에는 엘 그레코와 프란시스코 고야 등 유명 화가들의 그림도 다수 걸려있어 마드리드에 위치한 프라도 미술관과 연계에서 보기도 좋다.
톨레도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가야 하는 세고비아는 스페인의 이색 먹거리 꼬치니요(cochinillo, 새끼돼지 통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돼지고기 특유의 향이 약간 풍기는 점이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 이겨낸다면 닭백숙처럼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소 취향을 타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페인에서 먹었던 음식 가운데 손에 꼽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잘 익은 돼지고기는 크기에 따라 6~8 등분된 뒤 접시에 얹혀 테이블로 온다.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은 새끼돼지가 엎드려 있는 카트를 끌고 테이블 앞까지 와 접시로 돼지를 내리쳐 조각을 낸다. 워낙 부드러워 칼을 대지 않아도 고기가 잘린다. 다 자른 뒤에는 접시를 바닥에 던져 깨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줬다. 이렇게까지 하는 건 접시에 칼이 달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다.
푹 끓인 닭백숙처럼 보들보들한 고기를 먹어봤지만, 그래도 한국인 입맛엔 한국음식만 한 것이 없다. 대도시라 수입품 구하기도 쉬워서, 톨레도와 세고비아 투어가 끝난 뒤 함께했던 사람들과 함께 마드리드에서 저녁을 먹기 전에 아시아 식료품점에 들러 한국 인스턴트 라면을 하나씩 샀다.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도 앞두고 있어 필요할 때 밥에 비벼먹을 양념장까지 큰 통으로 하나 챙겨 넣었다. 가방은 조금 더 무거워졌겠지만 6천 원짜리 양념장 하나에 먼 길 앞둔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