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입성, 리오하 와인의 수도 로그로뇨

190922(일) 로스아르코스-로그로뇨

by 여행일기

우리가 로스아르코스를 떠나 로그로뇨(Logroño)에 도착했던 때는 리오하 와인 축제 기간이었다. 일주일 동안 펼쳐지는 이 축제의 분위기를 맛보고 와인도 맘껏 마시고픈 마음에 우리는 로그로뇨에서 2박을 하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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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로뇨가 속한 리오하(Rioja)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은 스페인이 자랑하는 와인이다. 프랑스에 보르도(Bordeaux)가 있다면 스페인엔 리오하가 있다고 할 만큼 이 지역은 스페인 와인의 자존심이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포도밭에 심각한 병충해가 찾아와 생산량이 감소하자 와인 판매자들이 대안으로 찾아낸 곳이 바로 리오하라고 한다. 리오하 와인이란 말엔 전통과 품질을 모두 잡은 와인이란 뜻이 스며들어 있다.


처음 계획했던 일정보다 페이스는 늦어지게 됐지만 계획을 짤 때는 몰랐던, 순례길에서 만나는 여러 도시에서 쉬어가야만 하는 이유들을 걸으면서 하나씩 알게 됐다. 일정 변경도 아주 자연스러운 변화다.


로그로뇨로 가는 첫 걸음은 험난했다. 알베르게를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비를 만났고, 어쩔 수 없이 첫 번째 마을인 산솔(San Sol)에서 쉬어가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일찍 나오느라 아침을 안 먹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바에서 먹는 아침이 그 어느 때보다 맛있었다. 비 때문에 조금 쌀쌀해진 것도 같아 레드와인 한 잔으로 체온도 취기와 함께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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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를 끝내자 바라던 대로 비는 그쳐 있었고, 산솔을 빠져나갈 때는 며칠 전 봤던 쌍무지개를 또 보는 행운까지 따라왔다. 무지개와 재회한 뒤로는 접었던 우의를 다시 꺼내 입을 일이 생기지 않았다.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막바지로 갈수록 평지에 가까운 길이 펼쳐졌고, 오후 1시는 넘겼지만 그래도 2시보다는 일찍 숙소에 들어올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순례길에서는 꽤 크고 중요한 도시지만, 여느 대도시와 비교하면 로그로뇨 역시 소도시에 불과하다. 이 지역 최대 축제라고는 하나 리오하 와인 축제 역시 소박했다. 준비된 퍼레이드는 규모 면에서 우리나라 테마파크에서 매일 벌어지는 것만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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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낯설고 먼 곳에서 온 우리에게 이국적인 풍취를 보여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대부분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참가자들이 오래 준비한 모양새라 그게 보기 좋았고, 무엇보다 즐기는 표정과 몸짓이 모두의 흥을 돋우고 있었다. 순례자가 걷는 길이라고 해서 심각한 생각만 지니고 다닐 수는 없다. 때로는 떠오르는 생각을 바닥에 흘려야 할 때도, 길 위에서 무언가를 주워들어야 할 때도 있다. 로그로뇨에서 내가 집은 감정은 유쾌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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