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23(월) 로그로뇨
로그로뇨에서 우리 그룹은 좀 더 커졌다. 출발 날짜가 달랐지만 이곳에서 만난 보람이와 승민이도 우리와 함께하게 됐고, 떠나지 않고 하루 머무는 사이 저녁에는 다혜까지 돌아와서 3명에서 6명으로 불어났다.
전날 늦게까지 퍼레이드를 보고 늦잠을 잔 뒤 성당과 맛집들이 몰려 있는 번화가로 나가는 게 첫 번째 일정이었다. 정오가 지나지 않아 식당은 대부분 열지 않았고, 대신 축제 기간을 맞아 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던 미니 리오하 와인과 타파스 세트를 먹었다. 2.5유로에 간단한 음식 한 접시와 작은 크기의 와인 한 병을 받은 우리는 현지인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똑같이 바닥에 앉아 간단히 한 끼를 해결했다.
시내에 있던 분수대에서는 와인색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분수에서 나오는 것이 진짜 와인은 아니라는 현지인의 말을 듣고 약간 실망하기는 했지만 잠시나마 와인이 무한정 흐르는 꿈의 분수를 상상해볼 수 있어 괜찮았다. 묻지도 않았는데 왜 굳이 와서 말을 해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저녁식사를 하기 전에는 이후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쉰 날이 많아 부르고스(Burgos)까지 5일에 걸쳐 가고 싶었지만 살짝 부담스러운 거리이기도 했고 피로도 누적되어 있어 6일에 걸쳐 가자는 의견이 좀 더 많았다. 나 또한 바욘에서 다친 발목이 아직 낫지 않아 받아들였다.
저녁을 너무 늦게까지 먹는 건 다음날 이동에 지장을 줄 수 있지만 당초 계획보다 이동거리가 줄어들어 부담이 작아졌다. 30분쯤 더 늦게 잘 생각을 하고 로그로뇨에서 마지막 식사와 와인을 만끽했다. 그라나다에서 하던 방식으로 타파스 투어를 하며 총 3군데를 돌았다.
셋 중 첫 번째 집은 미슐랭 스타를 받은 집으로, 눈부터 호강하게 하는 창의적인 타파스를 냈다. 두 번째 집엔 다른 가게에서 볼 수 없던 라즈베리로 만든 타파스가 있었고, 이틀 연속 들르기도 한 세 번째 집에서는 시그니처 메뉴인 양송이 타파스가 어제와 같은 인기를 끌었다. 수십 개를 한 번에 만드는데도 주문이 쉽지 않을 정도로 대기자가 많지만, 나오는 수량도 워낙 많아 번잡함을 조금만 견딘다면 로그로뇨에 다시 한번 와야만 하는 이유가 어떤 맛을 내는지 알고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