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조차 할 수 없는 다리

191003(목) 프로미스타

by 여행일기

친구들이 떠나지 않고 하루는 머물러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위해 대신 장을 보고 요리를 해줬다. 요리는 늘 종민이의 몫이었고, 다혜는 찰과상이 있는 곳에 밴드를 붙여줬다. 현주는 사고가 난 곳 근처 알베르게에 방치해둔 내 자전거를 가지러 다녀왔다.

KakaoTalk_20201229_171347571_03.jpg

나도 같이 택시를 타고 가 응급치료를 도와준 알베르게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힘들어서 가지는 못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만 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화장실도 참고 참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만 갔다.


직접 가지는 못한 대신 친구들의 아이디어로 영상을 찍었다. 스마트폰 번역기를 돌려 스페인어로 간단히 감사 인사를 전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현주도 주인아주머니를 만나지 못해 영상을 누군가에게 보여주진 못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려면 그나마 가까운 마드리드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거기까지 갈 엄두도 나지 않아서 한국행 비행기도 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뭔가 포기할 수 있다는 건 그나마 최악의 상태는 아니라는 뜻이다. 아예 걸을 수가 없으니 포기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무엇보다 회사도 그만두고 간 여행에서 이렇게 크게 다쳤다는 걸 가족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몇몇 친한 친구와 지인들에게만 다쳤다는 이야기를 했다.


가만히 누운 채 하루가 흘렀다. 하루 사이 크게 번진 피멍은 무릎 위 전체를 뒤덮었고 누워만 있어도 오른쪽 다리 전체가 저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 흔한 순례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