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도 침을 놓는 현지인이 있다

191007(월) 레온

by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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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은 휴가 기간이었지만 현지인이 하는 병원 중 침을 놓아주는 곳이 있었다. 아침 늦은 시간에 일어나 병원을 찾아갔다. 스페인에 와서 스페인 의사가 놓아주는 침을 맞는 경험은 흡사 한국에서 스페인 요리사가 만든 한식을 먹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직접 맛보기 전까지는 맛을 신뢰하기 어렵다. 살면서 스페인 사람이 놓는 침을 맞은 동양인이 몇이나 있을까? 그 희박한 확률 안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잠시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다치지 않았으면 스페인에도 현지인이 하는 침술원이 있다는 걸 몰랐을 거다.


이름이 이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의사는 숫자로 확실한 진단을 내려 신뢰도를 높여갔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내 몸을 비틀어 어려 곳의 뼈와 관절의 상태까지 살핀 이반은 다친 부위 외 다른 곳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허벅지 근육이 파열됐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다행히 통증 완화까지는 2~3주가 지나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완쾌를 뜻하는 것은 아니고, 한국에 가서도 지속적인 치료와 휴식, 관찰이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침을 이용한 치료와 물리치료까지 끝낸 이반이 더 궁금한 것은 없냐고 물었고,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5~6일 뒤부터 순례길 걷기를 다시 시작해도 될지 질문을 던졌다. 뜻밖에도 이반은 괜찮다고 했다. 다만 옆으로 가는 동작(lateral movement)은 다리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유의해서 꼭 앞으로만 걷고, 통증이 커지면 즉시 걷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속단은 않기로 했다. 이반이 해준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기억하되 다시 순례길을 걷는 건 다리 상태를 매일 점검하고 시내를 걸어보기도 하면서 천천히 결정하기로 했다. 한 가지 중대한 결심도 했다. 걷지 못하고 차를 타고 가더라도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는 꼭 가보기로.


저녁에는 친구들과 레온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기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친구들은 자전거를 버리고 레온에서부터 산티아고콤포스텔라까지는 다시 걸어서 가기로 했다. 나는 레온에서 하루 더 묵고 차로 이동해 아스토르가(Astorga)에서 이들을 다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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