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21(수)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
혼자 다니는 여행자는 가끔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 여행 기간 내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러려면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음식 2~3개를 시켜도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나 같은 사람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혼자 다니면 식당에서 한 가지 메뉴밖에 먹지 못하고, 사진도 셀카 외엔 남기기 어렵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보고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갖길 원한다면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은 철판을 까는 것도 좋다.
이틀 연속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함께 점심을 먹을 사람을 여럿 찾았다. 나와 같은 사람을 찾으면 된다. 가족, 커플, 친구끼리 온 사람들 빼고 누구에게든 말을 걸면 대체로 거절하는 법은 없다. 혼자 먹지 않아도 되는데 구태여 ‘혼밥’을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덕분에 바르셀로나 3일 차에 했던 가우디 투어에서도 점심상이 풍성했다.
가우디 투어의 마지막 코스이자 하이라이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다. 이 성당은 식당으로 치면 미슐랭 별 3개짜리다. 기준에 다소 논란은 있지만 미슐랭 별 1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훌륭한 식당이라고 보면 된다. 2개는 여행하게 되면 조금 멀더라도 경로를 바꿔서라도 가보면 좋을 식당일 경우, 가장 높은 등급인 3개는 그 식당 하나만으로도 해당 지역을 방문할 가치가 있을 때 준다.
누구나 마음속에 미슐랭 별 3개를 줄 만한 관광지가 있을 것이다. 군대도 가기 전인 대학교 2학년 때 오로지 이승엽을 보겠다는 계획 하나만으로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다. 지금도 전 세계 많은 이들이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기 위해 스페인, 이탈리아(메시는 아르헨티나 선수지만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포르투갈인인 호날두는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활동하고 있다)로 간다.
이 성당은 모든 여행자에게 별 3개를 받을 가치가 있는 곳이라 감히 말하겠다. 아름다움과 가치, 메시지는 이미 많은 책에서 상세히 설명해두었으니 첨언하지 않겠으나, 체력을 키우고 가라는 말은 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피로를 느끼는 내 몸이 원망스러웠을 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신의 건축물(자연현상이 만들어낸 풍경들)을 보며 감동했던 경험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인간이 지은 건축물, 그중에서도 고대의 신비가 녹아 있는 곳이나 스포츠 경기장이 아닌 것을 보고 마음이 동한 것은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아마도 처음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가우디는 성당을 다 짓지 못한 채 떠났고, 사후 90년이 지난 지금도 성당은 완공되지 않았다. 가우디가 떠난 지 100년이 되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지만, 이마저도 여러 가지 이유(간단히 말하자면 돈 문제)로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타워 크레인과 나란히 선 미완성 성당이 수많은 완성작들을 제치고 세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건축물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미완성은 평범한 마침표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