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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CHO Apr 05. 2023

오늘에 충실하기 위한 첫걸음

과거나 미래가 아닌 오늘.

어느 순간이었을까.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채우는 대신 현재를 살아가자고 마음먹은 게.


특별한 계기나 순간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약속장소로 가는 버스 안에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항상 오늘이 아닌 과거 또는 미래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 순간 조금은 놀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주어진 하루를 온전한 오늘로 살아가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욕망(慾望/欲望), 욕심내거나 바라는 마음.


글자 그대로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K-장녀로 살아온 나에게는 욕심으로 느껴졌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기반으로 미래를 당겨와 조금은 더 나은 길이 되길 바라며 현재라는 시간에 수많은 의사결정의 나뭇가지를 만든다. 더이상 오늘이라는 공간에 앙상한 나뭇가지가 아닌 푸른 잎사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다. 매사에 조심스럽고, 어디 가서도 모나기 싫었던 삶의 방식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친구를 만나서 노는 것보다는 동생을 챙겨 학원에 갔어야 했고, 내가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동생이 생떼를 부리면 이길 수 없었던 기억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첫째이기 때문에 말썽을 피우면 안 되고 언제나 씩씩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졌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는 아픈 동생을 보면서 내가 어렸을 때 잘 돌봐주지 못하고 기쁨보다는 의무감이라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장녀니까'라며 생각하며 짊어지었던 무게감은 내려놓고, 내려놓은 딱 그만큼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채워나가려고 한다. 작은 불편함들이 따라올 수도 있겠지만 과거나 미래가 아닌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용기 있게 떼어본다.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공감하고 공감받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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