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 Dec 10. 2021

한 때(?) 가까웠던 남편

(ft. 대화가 필요해♪)



 한 때. 한 때라는 말을 쓰게 될 줄 그땐 정말 몰랐지만!


한 때 나는 남편과의 대화가 정말 즐거웠다. 퇴근 한  남편과 잠들기 전까지 대화를 나누는 일이 정말 즐거운 일이었고 중요한 일상이었다. 내 생각을 내보이는 것, 그 생각을 이해받기도 했고 어떤 날은 이해를 받기 위해 더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한 때, 그런 날들이 있었다. 그게 모두 한 때였다.


지금은 어떻게 이렇게 나랑 생각이 다른지(로또라고 한다지... 하나도 맞질 않아...), 우리가 그렇게 많은 대화들로 켜켜이 쌓아냈던 날들이 있었긴 했던 걸까. 정말 그건 한여름밤의 꿈이었을까.


가끔 이지경이(?) 된 우리를 잠시 잊고 내 생각을 내보였다가 사방이 꽉 막힌 벽 앞에 서있는 기분이 들어 상처 받고 싶지 않아 서둘러 입을 다물어버리고 만다.





유퀴즈 프로에서 장항준 감독이 했던 말


부부는 중요한 것들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TV를 봤을 때 웃는 포인트가 같아야 하고  분노하거나 슬픔의 포인트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웃는 포인트가 같으면 일상이 즐겁고 울거나 분노하는 포인트가 같다는 건 세계관과 이데올로기가 같은 괘를 갖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이 부분을 남편과 같이 보다가 우린 완전 반대잖아, 그랬더니 남편이 피식 웃었다.(웃어? 웃겨?)







아이를 낳고 육아에 온 신경이 곤두서면서 말할 기운과 의지는 완전히 소멸해버렸고 그나마 남편과 간신히 나눈 대화들은 아이의 분유를 바꿔야 할까, 문화센터를 다녀야 할까, 어린이집을 보내야 할까 하는 온통 아이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그마저도 내가 조사해 둔 정보를 남편에게 보고하는 식이었고 이런 대화의 거의 모든 끝은 '당신 알아서 해.'로 결론이 났다.



사실 나는 언제부턴가 사무치게 외로웠다. 생활의 모든 것들을. ( 생활은 아이와 함께하는  전부니까.) 그것들을 모두 나누고 싶었다.  들어주길 원했고 함께 고민해주길 원했고  말해주길 원했다.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는 아이를 위해 내려야 하는 어떤 결정들이  역시 처음 하는 엄마 노릇이라 굉장히 어러웠고 무서웠고 두려웠는데 결국  모든 결정이  몫이 되어 있었다.


외로웠다. 내 외로운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은 남편이었던 것 같은데 나도 남편도 아이에 관한 것들만 급급하게 이야기하고 각자의 문제는 어느새 각자 알아서 해결했다.(물론 그래서 남편도 외로웠을 거라 생각한다.)



서로 생각하는 깊이가 달랐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랐나. 울고 웃는 부분이 이렇게 달랐나.

처음부터 이렇게 모든 것들이 달랐었나.

정말 그랬던 걸까.



외롭다. 나는 정말 재밌게 봤던 책도, 분노하며 봤던 기사도, 우연히 보게 된 감명 깊은 영상도 함께 보며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높은 벽 앞에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조용히 방문을 닫고 모니터 속 빈 화면에 대고 키보드만 두드릴 뿐이다.


외롭다고.





작가의 이전글 행복하냐고 묻지 말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