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육아 일기. 2018. 7. 12.
아이는 놀라운 존재다. 그 새까만 눈으로 가만가만 나를 보고 눈을 껌벅이고 미소를 짓고 또 가만가만 나를 쳐다본다. 작은 손으로 건넨 책을 받아 읽어주면 그렇게 나를 쳐다보고 웃고 바라본다. 그리고 언제 또 그걸 보고 익힌 건지 어느 날 갑자기 내가 했던 것들을 따라 하고 흉내 낸다.
뭐든 배움이라 생각하면 어렵고 지칠 일인데, 아이에겐 배움이라는 개념이 없다 보니 모든 것들이 그저 신기하고 새로운 것들일 테지, 나 또한 아이에게 어떤 지식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 없이 그저 읽어달라는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말을 해줄 뿐이다. 그리고 그저 해 준 것들인데 아이가 깨치고 행동하고 반응하는 걸 보면 신기하고 기특하다.
이 모든 게 그저 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아이가 언제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다 보니,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니 벌써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단 말인가?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조바심은 부모인 나 또한 어쩔 수가 없다.
아이를 낳기 전에 가졌던 확고한 생각들은 아이를 낳은 후 육아의 현실을 깨닫고 '내가 참 뭘 몰랐구나!' 할 때가 많은데 이 또한 육아를 쉽게 해 보려는 어떤 타협이겠지만 이런 타협이 결국 아무 생각 없이 남들 하는 대로 휩쓸려가며 아이를 키우게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자식 잘 되는 일이라면 뭘 못하겠냐는 대한민국 부모 중 한 명이 된 나 역시, 앞으로 어떤 신념을 가지고 아이 앞길을 함께 할지 고민이다. 사실, 정확히 고하자면 생각은 이미 어떤 방향으로 정해져 있는데 그 생각을 내가 흔들림 없이 행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이다.
아가야, 엄마는 네가 행복한 사람이길 바라.
아가야, 엄마는 네가 그저 건강하게 커주면 원이 없다.
아가야, 이런 엄마가 훗날 너에게 이것저것 바라는 게 많아질 테지.
아가야, 엄마가 널 힘들게 한다면 말해주렴.
엄마! 난 행복해요, 엄마! 난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요.
엄마! 그러니 날 믿어주세요.
그건 위험해,
그건 하지 말아라,
남들이 보면 뭐라 하겠니,
더 좋은 걸 선택해라,
그런 거 배워 어디에 쓰려고 그러니.
엄마가 수 없이 들었던 말들, 그래서 엄마가 싫어하는 말이지만 엄마에겐 너무나 익숙한 말이기도 해 너에게도 하게 될까 봐 늘 조심하고 다짐하고 결심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그러지 말아야지.
아가야, 엄마는 그저
너와 맛있는 커피와 차를 마시고,
서점에 가 책을 함께 고르고, 여행을 하고,
끝없이 이야기를 하고 싶단다.
너의 친구들이 신는 요즘 유행하는 운동화를 고민 없이 사 주고 싶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그저 응원해주고 싶단다.
그리고 혼자 하는 고민의 끝이 외롭지 않도록 늘 곁을 내주고 싶단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아라, 아가야.
엄마는 그저 널 응원한다.
네 인생이다. 네 삶이다. 엄마의 삶은 엄마가 알아서 잘 챙길 테니 넌 그저 네 인생을 살아라.
엄마는 곁에서 응원한다. 언제나.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