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께, 시어머니께 사이좋게 한 번씩 들어봤다.
애 그렇게 키우지 마라
요즘 아이는 등원을 못하고 있고, 아이와 외출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마음이 안 내키니 집에서 매일 지지고 볶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지난주 친정엄마가 오셔서 아이 유치원 안 보내길 잘했다, 요즘 또 확진자 수가 심상치 않다,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있어라, 그렇게 당부를 하셨다.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왔는데 아이 책 읽어주는 와중에 친정엄마께서 계속 내게 말을 하시는 상황이 이어졌는데 아이는 대뜸 할머니 가! 그랬다. 책을 좀 보고 싶은데 할머니가 계속 말을 하니까 제 딴엔 방해받는 것 같거나 시끄러워서 나온 소리인 듯싶었다.
친정 엄마는 내게, 매일 네가 조용히 키워서 그렇다. 지 엄마랑 둘이만 붙어 있으니 애가 시끄러운 걸 못 견딘다. 사람들 많은 데서 키워야지. 매일 집에서 둘이 그러고 있으니 애가 저런다. 그러면서 대뜸 애 그렇게 키우지 마라. 그러셨다.
(이쯤에서 난 억울하다.
엄마… 아까는 사람 많은데도 가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면서요. 그리고 각자 예민한 부분이 있을 텐데 엄마 손주는 그게 엄마 딸 닮아 청각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물론 엄마는 엄마 딸 청각이 예민한 거 모르시겠지만…)
지난 추석 때 시댁에 아이 먹을 음식을 챙겨갔다. 시댁은 아이 태어나서 지금껏 따로 아이 음식을 챙겨주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난 그걸 알기에 아이 음식을 항상 따로 챙겼다. 물론 이유식 먹을 땐 당연했고, 지금은 우리와 같은 걸 먹지만 아이가 먹을만한 찬이 없을 수도 있으니 혹시 몰라 챙긴다.
역시 상에는 젓갈, 고춧가루 베이스 조림, 장아찌 같은 간이 센 음식들 위주였기에 난 내가 싸온 미역국에 아이 밥을 말아 대충 한 끼를 챙겨 먹이고 있었다. 그걸 본 시어머님은 애 밥을 아직도 따로 챙겨서 다니냐면서 대뜸 애 그렇게 키우지 마라! 하셨다.
(이쯤에서 난 억울하다. 애 먹을 게 없는데요 어머님? 손주 그럼 굶겨요? 국이라도 싸와서 대충 한 끼 챙겨 먹이는 것도 사실 마음 안 좋은데…)
육아를 하면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기도 하고, 조언을 얻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한텐 일방적인 평가를 받는 기분이 든다.
애 그렇게 키우지 마라!
친정엄마가 시어머니가 보는 아이를 키우는 내 모습은 영 탐탁지 않은 듯하다. 본인들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당연하듯 독박 육아를 하셨고, 애들을 낳아 키웠다. 그런데 애 하나 낳고 쩔쩔 메는 딸과 며느리를 보고 있으면 절로 혀를 차게 되고 콧방귀가 나오시겠지. 그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육아의 방식도 변했다는 걸 아직 정말 받아들이고 있진 않으신 듯하다.
요즘엔 애들 그렇게 안 키워요!
대뜸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했다. 그들의 이해 장벽을 내가 넘을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