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주말은 즐거운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가 있고 그 말은 즉 아빠랑 종이접기를 실컷 할 수 있는 날이라는 의미니까.
영유아기 때 아빠 거부반응은 흔한 현상이라고 하지만 아이는 꽤 심각했다. 뭐든 엄마가 해 줘야 하는 문제를 떠나서 아빠가 하는 말, 스킨십, 심지어 눈빛에도 거부반응을 보였었다.
그런 애들이 있다더라, 시간 지나면 괜찮아진다, 너랑 남편 사이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엄마가 아빠한테 하는 걸 보고 애가 그러는 거 아니냐 등등 내 심각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듣게 되는 주변의 위로와 조언들은 오히려 생채기만 낼 뿐이었다.
그런데 정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일이 맞는 건지, 아이가 네 돌이 지나고 다섯 살이 되니 아빠를 찾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아빠를 찾고 단둘이 외출도 하고 머리를 맞대고 종이접기를 하고 깔깔대고 장난을 친다. (오 주여 감사합니다!)
그런데 또 이 둘 사이가 온전하게 좋기만 한 건 아니다. 10분 잘 놀다가 20분은 울고 불고 싸우는(?) 전개……
이 모든 희로애락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으면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감정이 드는데, 남편이 애한테 화를 낼 때면 나는 덩달아 남편한테 화가 나는 거다. 그 상황에서 어쩌면 나도 똑같이 아이에게 화를 냈을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내가 내는 건 괜찮은데(?) 남편이 아이를 혼내는 건 못 참겠는 거다.
그리고 반대로, 남편이 아이를 예뻐 죽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꽁냥꽁냥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빠가 자기 자식 예뻐하는 건데 왜 내가 고마운 마음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이 감정은 무어란 말인가?
엄연히 우리 새끼인데, 내 머리로는 우리라는 개념보다 아이는 내 새끼라는 어떤 영역이 있는 걸까.
이 마음을 sns에 공유했더니 누군가 해 주신 말에 난 한참을 웃고 말았는데 그 말은 바로!
남의 자식이 내 자식한테 그러니까 그런 감정이 드는 거래요...^^;
아… 님에 점 하나만 붙이면 남이고 점하나 떼면 님이라는 말이 여기서 이렇게 팍 와닿을 줄 몰랐다.
남편도 나와 아이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