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이와 함께 사전투표를 하러 움직였다. 사전투표는 처음이었는데 주민센터에 줄이 늘어지게 서 있는 풍경이 새삼 놀라웠다. 여섯 살 아이의 눈엔 이 모든 것이 더욱 새로울 터! 선거 홍보용 전단지를 미리 보고 대통령 후보를 눈에 익혀서 그런지 관심이 지대했다.
엄마는 누구 뽑았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기가 무섭게 묻는 아이의 말에
쉿! 그건 비밀이야. 아직 선거가 끝난 게 아니라 말해 줄 수 없어. 그랬더니 아이 표정이 알쏭달쏭하다.
그리고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가 시작됐고 다음날 아침 아이는 엄마가 뽑은 사람이 대통령 됐어? 누가 대통령이야? 질문이 쏟아졌다.
나는 세상이 바뀌었으면 하는가, 아니면 이대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쪽일까.
내가 투표한 후보도, 그렇지 않은 후보도 맘껏 지지하지도 비판하지도 못했다. 그저 후보 탓만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내어 준 한 표 일 뿐.
그런데 여섯 살 아이가 엄마는 누구를 뽑았냐고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됐냐고 묻는데 아이의 관심이 지대한 선거에 내가 보인 마음가짐이 굉장히 부끄러웠다. 누가 돼도 다 똑같다는 생각을 했어서, 누가 돼도 나랑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서.
나는 이쪽도 저쪽도 확신이 없고 무지했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 누가 돼도 다 똑같은 걸까.
그러나 정말 누가 돼도 나랑 상관없는 걸까.
5년 뒤, 아이가 십 대가 되어있을 무렵, 그땐 엄마의 생각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지. 눈 뜨고 귀 열고 지켜봐야지.
5년 뒤에도 엄마한테 꼭 물어봐줘!
엄마는 누구 뽑았어? 왜 뽑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