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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18. 2022

남편이 꽃을 사 왔다


20대 때, 연인들끼리 밸런타인데이, 로즈데이, 빼빼로데이, 무슨 데이 데이 데이… 각종 기념일을 챙기는 게 왠지 싫었다. 그게 다 뭐람? 괜히 쓸데없는 데 돈 쓰는 거라고 생각했다.


꽃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시들면 버릴 꽃 살 돈으로 책 한 권 더 사줘 그랬던 나라서 남편한테 꽃을 받은 기억은 프러포즈 때 단 한 번뿐이다.




며칠 전, 아이 재우고 나와 물 한 잔 마시며 숨 좀 돌리려 할 때 퇴근하고 들어오는 남편 손에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뭐야? 여보 뭐야? 웬 꽃이야? 오빠 이거 나 주려고 산거야? 무슨 날이야? (여보에서 오빠로 호칭 변경!!!)
화이트데이잖아~
? 그런 날도 알아??? 
너만 모르고 살지 난 원래 알고 있었어.




왜 모든 걸 실용적인 가치로만 판단하고 살았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설렘, 기념일을 챙기면서 보내는 즐거운 시간 같은 것들을 더 귀한 가치로 생각하면서 살지 못했을까.


마흔이 다 되어서야 내 브런치 소개글처럼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에 감탄하며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삶의 모습을 바꿔본다. 다짐해본다.



깊어지는 밤, 꽃을 화병에 옮겨 담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즐거워하는 내 모습이 남편에겐 어떻게 보였을까 궁금하다. 


여보, 너무 좋네!
가끔 이렇게 꽃 선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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