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정말 진지하게 물었다.
“지혜야 넌 언제 나가?”
맞다. 이쯤 되면 셀프 자가 격리자라고 칭해도 될 만큼, 주위에서 "넌 늘 자가격리 중이라 나라에서 지원금 줘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할 만큼, 나는 될 수 있으면 외출을 안 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외출이라고 해봐야 운동, 도서관, 집 앞 마트, 스타벅스 정도가 생활 반경이었는데 그마저도 거의 뚝 끊었다.
어쩔 수 없는 건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하는 스타일인데 또 불안이 많은 사람이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확실히 통제하고 사는 게 속 편해서 그렇기도 하고 원래도 외출로 에너지를 얻는 쪽이 아닌 철저한 은둔형 집순이 스타일이라 답답하다기보다는 그냥 이런 현실이 화날 뿐이다.
재작년, 아니 작년 초까지만 해도 옷이나 신발 가방, 하물며 액세서리도 꽤 좋아해 소비를 계속했었는데 지난겨울에 샀던 부츠는 올 겨울까지도 한 번을 신지 않아 새 신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트렌치코트나 겨울 코트들, 명품백 역시 나에겐 사치였을 뿐!
내게 필요한 건 후다닥 입고 나갈 수 있는 등원룩에 제격인 10년째 입고 있는 롱 패딩과 편안한 운동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담을 넉넉한 (좀 예쁜) 에코백이면 충분하다는 걸 알고 난 후 내 몸 위로 치장하는 것들에 관심이 사그라들었다.
sns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에르메스, 샤넬, 디올... 언박싱 피드를 보면 부럽기도 궁금하기도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정기적으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이었을 때나 외부 스케줄이 일주일에 두어 번은 있었을 적엔) 지금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빠르게 스킵한다.
에르메스가! 샤넬이! 디올이!
더 이상 설레지 않다니!!!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사람들의 소비 스타일이 아마 저마다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내게 가장 큰 변화는 이것인 것 같다. 더 이상 겉을 치장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그러나 소비가 줄면 그만큼의 돈이 모여야 할 텐데...
틈만 나면 가던 도서관을 맘 편하게 갈 수 없으니 책을 구매하는 데 쓰는 지출이 많아졌고, 좀 더 좋은 식재료와 건강식품에 소비하는 돈이 늘었다. 꽤.
이러나저러나 돈은 쓰네! 소비 영역이 달라졌을 뿐!
마음껏 공연과 전시를 보고, 맛있는 커피를 사이에 두고 영혼이 목마르지 않을 만큼 깊은 대화를 나눌 만남이 줄어든 지금, 날 설레게 했던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 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