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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22. 2022

애와 증의 모녀 사이


나는 K-장녀다. 요즘 이 K-장녀에 대한 이야기가 많던데 그 짤막한 글들을 읽으며 맞네, 맞아. 내 이야기네. 하면서 웃고 넘겼지만 그 마음 깊은 어딘가에서는 부글부글 뭔가가 끓어올랐다.


애틋하고 각별한 모녀지간을 보면 부럽고 신기한 나는, 엄마가 서글프고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좀 어렵고 힘들다. 멀어져도 가까워져도 힘들다고 말하면 뭇매를 맞을까 싶어 입을 다물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다. 가까워지는 게 힘들고 멀어지는 건 두려운 '애증의 관계' 딱 그거다.


엄마는 왜 저러실까, 로 시작된 의문이 난 왜 이렇게 못된 걸까, 자책으로 이어져 난 왜 이럴까?로 끝맺음이 나는 관계라고나 할까.


그래서 모녀 사이에 관한 여러 이야기, 책, 심리학 등 날 이해하고 싶어서 그리고 또한 엄마를 이해하고 싶어서 보이지 않는 실마리를 늘 찾아 헤맨다.


한 때 내 억울한 마음을 엄마한테 소리치며 말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가 보인 반응은 '내가 언제?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였다. 결국 또 내가 죄인이 되는 상황으로, 엄마한테 소리나 질러대는 못된 딸년이 된 죄책감에 몸서리치는 걸로 상황 종결.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그 이야기들을 앞으로 조금씩 써보려 한다.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해 주신 분, 내가 자식 낳아 키워보니 우리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몸소 느끼고 이해가 됐지만, 그 사랑과는 별개로 나는 엄마로 인해 불안하고 무섭고 힘들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내 아이가 혹시 나처럼 엄마로 인해 힘들게 될까 봐, 엄마를 완벽하게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며 자기를 탓하는 건 정말 싫으니까.


엄마가 된 나를, 나의 엄마를 이해하고 싶어서 인정하고 싶어서 그리고 책 '모녀의 세계' 김지윤 관계 전문가의 말처럼 앞으로의 남은 내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어디에 꺼내기 어려웠던 말을 여기에 써 내려가 보려 한다.


견과류와 석류만으로 갱년기를 이겨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본격적인 갱년기를 맞이하기 전 반드시 자신의 유년 시절, 청소년 시절의 상처들을 잘 해결해놓아야 하고, 또 조각난 부부 관계가 있다면 해결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원인 파악이라도 하고 있어야 한다고. 내면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갱년기를 맞이하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155p



*본문에 인용한 책 

『모녀의 세계』김지윤.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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