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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Apr 01. 2022

엄마 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

넌 내 말만 들으면 돼


내겐 익숙한 말이다. 엄마가 나에게 자주 했던 말 중에 하나니까.


넌 내 말만 들으면 돼. 

그 말에 따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늘 엄마 성에 차진 못했지만 엄마의 평가에 딱 맞게 통과하고 싶었던 바람과는 달리 냉혹한 평가 앞에서 늘 주눅 들고 눈치를 살폈다.


성인이 되고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머리를 하고, 옷을 사고, 화장을 하고, 연애를 했을 때도 엄마는 항상 그러셨다.


머리가 그게 뭐니, 넌 그런 머리 하면 촌스러워
옷이 그게 뭐니, 그렇게 입으면 엉덩이가 더 커 보여
화장이 그게 뭐니, 넌 화장 안 한 얼굴이 더 어울려
왜 그런 애를 만나니, 어디가 좋은지 하나도 모르겠네


넌 내가 잘 알아, 내 말대로 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


난 자다가 얻어먹는 떡은 원치 않는다면서도 결국은 엄마가 주는 떡을 얻어먹기 위해 성인이 되어서도 늘 이런 생각으로 내 삶의 작고 큰 일들을 선택하고 처리하며 엄마 그늘 아래에 살았다.


이렇게 하면 엄마가 뭐라고 하실까

이 일을 하면 엄마가 좋아하실까

이 선택을 하면 엄마가 이해해주실까




며칠 전, 엄마가 이모께 내 칭찬을 했다는 뜻으로 하신 말을 전해주셨는데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뜩 들었다.


"지혜는 큰딸이라 그런지 내 말이 먹히거든. 얘는 내가 뭐라고 하면 결국은 내 말대로 해. 그런데 작은딸은 그게 안 먹히네."


맞다. 나는 엄마 말을 들어드리려고 노력했다. 엄마 의견 꺾어가면서까지 고집 피울 일이 뭐 있나, 생각해보면 엄마 말이 다 맞는 것 같았다.

그 머리는 나한테 안 어울렸고, 그 옷은 나한테 이상하고, 그 화장은 촌스러웠고, 그 남자애는 별로였으니까.


“내가 내 딸 잘못되라고 이런 말 하겠니. 네 친구들이 너를 잘 알겠니, 엄마인 내가 너를 더 잘 알겠니.”


엄마는 나보다 인생을 더 살아봤으니까 그래 어쩌면 엄마 말이 다 맞고, 현명하고 그게 나에게 더 좋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줬을 거다. 그러나 엄마는 엄마고 나는 나인데 왜 엄마는 내 모든 것들을 다 본인의 구미에 맞게 하려고 하셨을까.


난 엄마가 아닌데...

 



너무 늦게서야 내가 아직도 엄마 그늘 아래에 스스로 숨어 있었으면서 엄마한테 이게 다 엄마 탓이라며 춥다고 울부짖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엄마, 난 엄마가 아니에요. 그동안 품 안의 자식 걱정하느라 많이 고되셨죠. 이제 그만 엄마의 삶을 사세요. 저도 제 삶을 스스로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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