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을러서 새로운 걸 찾는 게 귀찮은) 충성도가 높은 고객인 나는 특정 브랜드에 만족감을 느끼면 그냥 계속 이용하는 편이다.
스타벅스 역시, 커피 없이 못 사는 내게 여러모로 만족감을 주기에 자주 찾는다.
내게 스타벅스의 처음은 21살 대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이땐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여자를 된장녀라고 일컬었다. 지금 생각해도 저 신조어는 기도 안찬다. 물론 그때도 역시나 기도 안차서 무시했지만.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내 기억으로는 3300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아... 시대가 나온다... 옛날이여!) 그 한 잔 값을 지불하고 나면 아무런 방해 없이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없었기에 내겐 스타벅스는 틈틈 조용히 곁을 내어주는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책을 읽었고 과제를 했고 친구를 만났다. 커피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우스갯소리로 그때부터 스타벅스에 쓴 돈을 따지고 보면 돈 천은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따지고 봤더니... 돈 천 정도에서 끝날게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거의 20년 가까이를 이용했으니!
스타벅스 카드를 이용해 결제를 하면 별 적립과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고 결제방법이 간편해 나는 늘 카드 잔액이 1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5만 원이 충전되는 자동충전 서비스를 이용했다.(이러면 bogo 1+1 쿠폰도 준다. 그 쿠폰을 쓰기 위해 또 돈을 쓴다. ㅎㅎㅎ)
그러다 올해부터 가계부를 제대로 쓰기 시작했고 매달 식비에 차지하는 스타벅스 내역에 기함을 했는데, 애호박 2천 원 앞에서는 벌벌 떨면서 매달 스타벅스 카드에 5만 원 충전이 두세 번 되는 건 당연하게 여기고 살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제철과일, 채소, 고기 구매할 땐 계산기를 두드리며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손을 떨었는데 주말에 남편과 아이와 산책 겸 들른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류에 쓰는 돈은 너무 쉽게 결제하고 말았던 것이다. 늘 어플을 켜면 들어있는 돈이었으니 이게 와닿질 않았던 거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자동충전을 해지했다!
주문을 하고 실물 카드를 내밀어 결제하니 실질적으로 나가는 돈이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
습관처럼, 모르게 나가던 돈을 파악하니 의식적으로 커피에 쓰는 돈을 줄일 수 있었다. 이동할 때 자주 애용했던 드라이브 스루를 지나치고 집에서 커피를 가지고 나가게 됐다.
눈에 보이지 않던 돈을 눈에 보이게 만들고 의식하면서 쓰니 습관처럼 나가던 커피에 관한 지출이 줄었다. 물론 커피 한잔의 여유와 그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여전히 나는 너무나 좋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