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용서하고, 우울증을 용서하고.

우울증 죽이기… 힘들다.

by 클래식 영업사원

약만 먹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약만 먹는다고 달라지리라 생각하면 안 된다.

육체의 병은 약을 먹으면 낫지만

정신의 병은 약을 원료 삼아 마음을 굳게 먹어야 낫는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온 힘을 다해 병든 나 자신과 싸우다가, 잠깐 지치면 다시 바닥으로 추락하고.

바닥에 부딪혀서 며칠 쓰러져있다가, 다시 마음을 먹고 싸우기 시작한다.

힘을 다 쓰면 다시 추락하고.

이 과정이 몇 달 동안 반복되었다.

사실 정신과 약은 다양해서, ‘먹으면서’ 나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야 한다. 꼭 정신과에 주기적으로 내원해서 그간의 증상들, 부작용으로 의심할 만한 증상 등등을 의사 선생님께 자세히 말씀드리고 처방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시길 바란다. 우울증이 심하신 분들은 집을 나와 정신과에 가는 과정 만으로도 힘겨우시겠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힘겹게 정신과에 내원했던 모든 순간들이 결국엔 나에게 맞는 처방에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번아웃된 상태. 죽은 듯이 침대에 누운 채, 나 자신이 너무나도 게으름뱅이 같아 보여 자괴감에 빠지고, 아예 모든 것이 망했는데 그냥 다 포기할까? 하는 생각들에 휩싸여서 하루 24시간을 그냥 통으로 날렸을 때.

우울증 치료를 시작해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앞으로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이런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나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 그냥 겸허히 받아들이면 그나마 견딜 수 있다. ‘오늘은 증상이 심하구나. 오늘은 숨 쉬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 하며 자기 자신을 유하게 대해주자.

열심히 노력해도 안될 때, 약 먹기 전보다는 조금 살만 하다고 생각하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추락하더라도, 당연한 현상이라고 받아들이며 꾸준히 약을 먹고 가벼운 하루 루틴이나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회복의 숲 깊이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그 숲은 어둡고 꼬질꼬질하겠지만, 언젠가는 그 숲을 벗어나 그 저편에 다다를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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