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끄적임.
우울증의 증상 중에는 울음이 있다, 그것도 그냥 울음이 아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수도꼭지 같은 울음.
사실, 무조건 많이 운다고 해서 우울증인 것은 아니다. 나는 우울증이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울지는 않는다. 우울증 환자들 중에는 딱히 울지 않는 덤덤한 환자도 있다. 그러나 ‘평소에 잘 울지도 않는데,내가 설마 우울증이겠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울음보다 중요한 건 감정이다.
앞날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마치 맹인이 된 것 같고, 살아 숨 쉬는 행위가 귀찮을 때. 가증스러울 때.
이런 순간을 조심해야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나는 우울증에 걸린 후로 한번 울음이 터지면 꺼이꺼이 통곡을 하곤 한다. 평소에는 잘 웃고 개그도 치고 잘 소통하며 지내지만, 어느 순간 내 서러움의 근원이 되는 포인트가 건드려지면 참지 못하고 왕 터진다. 조금 과할 정도로. 그 서러움의 뭉텅이들이 나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 뭉텅이를 두 눈으로 직시하고, 풀어내는 것이 우울증 치료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
이 뭉텅이들은 어린 시절에 생긴 것일 수도, 학창 시절에 생긴 것일 수도, 직장생활 중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이 모든 서러움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엔 나를 공격한다.. 만약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면, 가슴속에 응어리진 여러 이슈들을 이 참에 풀어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우울증은 어쩌면 재시작의 기회일지 모른다. 삶의 배수구가 고장 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과 삼자대면을 하진 못하더라도, 글이나 그림 등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그동안 쌓인 것들을 풀어내고 나의 과거와 타협해야 한다.
좌우지간 살아야 하니까. 인생은 타협이라는 것을 점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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