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대노)모닝

우울증과 분노는 한 끗 차이

by 클래식 영업사원


병원에 가고 약을 처방받기 전에는 아침이 너무 힘들었다. 물론 지금도 말끔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그때는 정말 심했다.

어째서 엉망진창인 나를 놔두고 세상은 돌아가지? 어째서 아침은 지치지 않고 또 찾아오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해가 뜨면 각자 할 일을 한다. 그런데 나는 할 일이 없다. 나한테 아침은 굳이 찾아올 필요가 없는 존재다.


나는 보통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과 부딪히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 그 사람이 가족이더라도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는 날 (옛날로써는 매우 희귀한 날)에 사람과 가족과 맞닥뜨릴 경우 나는 굉장히 불편해진다. 말 한마디 섞지 않았음에도,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그 사람이 나에게 민감한 말을 건넨다면.

그런 순간엔 참을 수 없어진다.


우울증은 보통 눈물, 무기력 등의 이미지로 비치지만, 실제로는 분노와 짜증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고 쉽게 분노하는 사람들의 진단명이 종종 우울증으로 나오는 것처럼, 우울증과 분노는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다.



다행히도, 화를 내는 증상은 약을 오래 먹으면서 점차 나아졌다. 점점 아침을 견딜 수 있게 되고, 일찍 일어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생활 습관도 잡히기 시작했고, 짜증과 분노보다는 조금 더 차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내가 병원을 다니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문해보곤 한다. 아마 인생의 저 끝바닥까지 떨어졌겠지, 주변 사람들은 다 떠나가고 나는 귀한 시간들을 펑펑 낭비하며 지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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