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황에 대한 짧은 끄적임
나는 내 발로 병원을 찾아간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우울증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 정신과에 가보라는 권유도 들어본 적이 없다. 오로지 나 혼자 판단하고 나 혼자 결정한 일이다.
그때는 나 자신이 너무 이상했으니까. 나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처방받은 약을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어떻게든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내원하는 날마다 의사 선생님께 경과를 자세히 설명드리고 처방을 조금씩 바꾸었다. 나에게 잘 맞는 약 조합을 찾기 위해서.
사실 약을 먹는다고 갑자기 의욕이 솟거나, 머리가 비상해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 세상에 있다면 그건 아마 정신과약이 아니고 마약일 거다.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까…!)
항우울제는 오래 먹어야 효과를 본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현재 약 6개월 넘게 약을 먹었는데, 이제야 상태가 좀 좋아졌다고 느낀다. 지금은 꽤나 ‘정상인’처럼 살고 있다. 아니, 아직 이렇게 말하기엔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꽤 괜찮게 살고 있다. 이렇게 글도 쓰고 있고, 공부도 하고, 밥도 잘 먹는다.
정신과에 내원하면 어떤 진료를 받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생각보다 별거 없다. 선생님께 지난 몇 주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줄줄 이야기하고 오는 게 전부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내 얘기를 듣고 약을 추가하거나 바꿔 주신다. 그게 끝이다.
정신과에 가는 데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단 하나. 내 상태를 내가 잘 알아야 한다. 약을 먹었는데도 2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깬다거나, 극단적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경우, 이 모든 증상을 메모해 두었다가 의사에게 말하고 오면 된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혹시 정신적으로 많이 아픈 상태라면, 정신과에 내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신질환도 그저 하나의 병이다. 감기나 골절 같은 그냥 ‘병’. 그러니 망설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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