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맘, 반쪽짜리 느낌

전업맘과 워킹맘의 사이 어딘가에서

by 클로드

나는 휴직맘이다.


12년 차 회사원,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육아휴직 3개월을 쓰고 있는 중이다. 3, 4, 5월... 찰나와 같은 봄날의 휴직을 헤아리고 있다.


지난겨울, 다가오는 휴직 기간을 몹시도 기다렸다. 회사생활에서의 에너지 레벨이 낮아진 듯 리프레시를 손꼽아 기다렸다. 글쓰기, 책 읽기 등 하고 싶은 일도 많아서 내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싶었다. 그리고 그동안 가져보지 못한 아이와의 낮시간도 서로 살 맞대며 느껴보고 싶었다.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 알찬 휴직맘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와 아침을 먹고, 함께 손잡고 등굣길을 걷는다. 오전에는 요가를 가거나 도서관에 가서 나를 위한 시간을 누려보고 있다. 학교 앞에서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를 기다린다. 그러면서 드디어 내게도 친해진 아이 친구 엄마도 생겼다. 매주 루틴처럼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엄마들끼리 시간을 갖는다. 집에 돌아와 간식을 챙겨 먹이고 학원 차를 태워 보내고 다시 학원 차를 기다리고. 그러는 사이 나는 하고팠던 일들을 사부작사부작하며 꽉 찬 하루를 보낸다.


일정만 놓고 보면 내가 꿈꾸던 휴직 라이프다. 여기에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동네 산책도 하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아직 많이 남아있구나.


그런데 이 생활은 끝이 정해져 있다. 90일간의 육아휴직, 그중 1/3 지점에 와있다.


오전에 요가 수업을 받으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3개월만 등록하긴 했는데, 막상 해보니 요가라는 운동이 참 잘 맞는 것 같다. 정말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다는 욕심이 고개를 들었다. 욕심... 정말 이것은 욕심인 걸까? 복직 후에도 요가를 다닌다면 이렇게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는 대신 어둔 창밖을 보며 저녁시간에 하게 되겠지. 그렇게라도 시간을 내어 운동을 지속한다는 건 여러모로 내게 좋을 것이다. 그래, 복직하면 저녁반이라도 꼭 다녀보자! 그런데... 그러면 아이와의 시간은 어쩌지? 퇴근하고 고작 3시간 정도 함께 하는 그 시간 중 운동 시간을 뺀다는 건 너무 아깝고 미안하다. 나의 운동은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펐다. 햇살 드는 요가 수업에 벌써 작별인사를 고하는 듯, 헤어짐을 알고 있는 사이처럼 홀로 촉촉한 마음으로 요가 수업을 받았다.


하교 시간에 교문 밖을 향해 "엄마~!!"하고 부르며 달려오는 아이를 반겨주는 일도, 아이 친구 엄마와 함께 놀이터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떠는 일도, 아이가 다니는 학원 모든 동선에 함께 하는 일도 봄과 함께 저물어 갈 것이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일. 다음 봄을 기다릴 수 없는 일.


그렇게 반쪽짜리 엄마가 된 느낌이다.


그 현실을 직시한 일은 얼마 전 학부모 총회에서도 있었다. 학급 별로 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봉사직이 있다. 여기서도 나는 욕심을 부리려고 했다. 도서실 봉사 담당이 하고 싶었다. 학교 도서실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읽는 책을 정리하고 점심시간에 찾아온 아이들에게 도서 대출과 반납을 도와주는 일. 그러다 보면 우리 아이도 도서실에 와서 엄마를 보고 좋아하겠지. 도서실이 아이에게 더 친근하고 따뜻한 공간이 되겠지. 나도 학교 안 공간에서 아이를 만날 수 있겠지. 여러모로 탐이 나는 봉사직이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도서실 봉사는 더 많은 날을 맡아야 하는 일이었다. 휴가를 많이 써야 할 텐데... 이거 말고도 휴가 쓸 일이 많을 텐데... 단축근무라도 하게 되면 시간 빼기가 더 눈치 보일 것 같고... 머릿속에서 계산이 돌았다. 결론은 기권이었다.

합리적인 포기였지만 서글펐다. 혼자 잔뜩 아름다운 상상을 해놓고 현실의 벽 앞에서 안정을 택했다.


휴직맘은 무엇일까? 무얼 하든 기한이 있다. 지금은 되는데 몇 달 뒤부터는 못한다. 지속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인연도 그렇다.


한편으로는 반짝하는 이 시기를 그저 걱정 없이 즐기고 싶기도 하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오늘에 충실하고 싶기도 하다. 삶 속에 특별한 휴가를 얻은 것처럼 버킷리스트 클리어해 가며 신나게 보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자꾸 반쪽짜리가 된 것 같은 느낌에 서글퍼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서글픔은 어쩔 수 없다. 앞뒤가 어떻든 지금 나는 인생에 선물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 않은가! 이 시간이 지나가는 게 눈물겹도록 아쉽다는 건,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 이 시간은 눈부시도록 행복한 순간들인 것. 최선을 다해 지금 행복하자. 이런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것도 복이고 귀한 기회이니.


어쩌면 반쪽이기에 더 소중히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때때로 서글플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행복할 것이다.


소중히 대하자, 지금의 반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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