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은 거울 너머의 세계
3개월간의 육아휴직 중 한 달이 지나갔다. 지난 3월은 아이의 입학과 새로운 스케줄 적응으로 그야말로 정신없이 보냈다. 학부형이 처음인 만년 초보 엄마는 뭐 하나 놓칠세라 어디 하나 늦을세라 머릿속도 발도 늘 종종걸음이었다.
한 달의 힘일까? 이제 많은 것들에 적응하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정신없이 핑핑 돌아가던 머리와 마음도 한결 차분해졌다. 매일의 식사와 간식 준비도 큰 고민 없이 직관적으로 탁탁 고르고 있다. 지금의 생활이 몸과 마음에 제법 익었다.
지난주에는 휴직 중임에도 회사에 두 번이나 갔다. 한 번은 퇴사하는 동기가 있어서 점심에 동기 모임, 다른 한 번은 주말에 회사 잔디밭 소풍.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휴직자는 아무래도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여유가 보였던 모양이다. 스스로도 꽤나 여유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 같다.
그렇게 회사를 방문하니 내가 휴직자임이 더욱 실감 났다. 집에 있을 때는 뭘 실감할 새도 없이 나의 역할 전환에 정신이 없었다. 하루아침에 이직한 느낌? 그런데 회사 동료들을 만나니 잠시 떠나온 곳이라는 실감이 확 들었다. 두 달 뒤면 나도 저 무리로 돌아갈 몸이라는 것도 말이다.
묘한 기분이었다. 매일 있던 그곳을 한 발짝 떨어져서 구경꾼처럼 바라보는 기분. 이렇게 지금 생활에 취해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합류하면 언제 이렇게 살았냐는 듯이 예전처럼 흡수될 곳. 마치 지금이 꿈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함께 있으면서도 거울 너머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이제는 여기가 익숙하고 저기가 낯설다. 그만큼 지금이 안정적이고 여기에 만족한다는 뜻일까?
한 달을 보낸 현재 마음은 그렇다. 하루하루 남은 날을 애써 세어가며 아쉬워하진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그저 덤덤하게 물 흐르듯이 흐르고 변화하며 적응하련다. 그래서 언제 급류가 나타날까 마음 졸이지 않고 지금의 반짝이는 조약돌과 물살의 나뭇잎을 벗 삼아 흘러볼까 한다.
그러다 보면 저 거울 너머의 복직 후 삶 역시 자연스레 받아들여지겠지. 변화인 듯 변화가 아닌 경계를 유유히 넘나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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