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와 함께, 너와 함께

어느 봄날의 아이 하굣길

by 클로드

금요일 오후.


이틀간 내린 봄비 끝에 오늘은 햇살이 쨍하게 내리쬔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아이를 데리러 가는 학교 옆 가로수길. 햇살 받은 연둣빛 가지가 서로 맞닿아 아치를 이룬다. 이 길이 이렇게 예뻤던가!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줄기 속에서 떨어진 벚꽃 잎을 살포시 밟으며 봄 걸음을 걸어본다. 순간 불어온 봄바람에 가지에 남아있던 벚꽃잎들이 눈앞에 흩날린다. 그렇게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 나는 따사로운 봄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4월의 금요일 오후, 나의 기쁨만이 가득하다.


교문 앞 수많은 아이들 속에 나의 아이를 찾아 기다린다. 저 멀리 두리번거리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보라색 옷! 흩날리는 벚꽃잎과 함께 아이가 내게로 달려온다. 꽃비와 함께 작은 두 팔을 흔들며 달려온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내게 한없이 내리쬐어주는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한없이 부족한 이 엄마에게 너는 꽃잎과 함께 달려온다. 주렁주렁 책가방과 물병 주머니, 한 손에는 마치 커다란 민들레인 듯 노란 종이 재기를 들고.


무슨 복일까. 이토록 아름다운 봄날에 달려오는 저 고운 아이가 내 딸이라니. "엄마 오늘 요가 수업 어려운 거 했어? 엄마는 금요일 어떻게 보냈어?"라고 물어봐 주는 사려 깊은 아이가 내 옆에 있다니. 아파트 화단에 핀 철쭉을 보며 "엄마 보여줄게 있어, 보라색 꽃봉오리가 이렇게 예쁘게 피었어~" 하고 손짓하는 꽃 같은 아이가 말이다.


그동안 함께 하지 못한 반짝이는 햇살의 시간. 함께 걷지 못한 동네 꽃길을 이 봄에는 우리 함께 걸어보는구나. 너의 입학을 핑계로 엄마는 이번 봄 호사를 누리는구나.


앨범에 소중히 사진을 끼워 넣듯, 나는 오늘 꽃비와 함께 달려오는 너의 모습을 마음속에 담아 놓는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진다. 교문 밖에서 기다리는 나의 모습은 너에게 어떻게 보일까. 네가 담고픈 엄마의 모습과 말들은 무엇일까.


너처럼 환하고 따스하게 담길 수 있도록 엄마가 더 노력할게.

사랑한다, 우리 딸.

나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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