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감성
오전에 요가 수업을 마치고 차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신호 대기를 하던 중이었다. 햇살은 반짝였고 눈앞에 빨간 신호등은 평온했다. 마치 작은 태양처럼. 그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알 수 없는 눈물이 차올랐다.
Gabriel's Oboe 가브리엘스 오보에
Ennio Morricone 가 작곡한 1986년 영화 <미션>의 OST이다.
넬라판타지아 노래로 익숙한 음악이다.
그리고 친정 아빠께서 좋아하셔서 집에서 여러 번 틀어주며 이야기를 들려주신 음악이다.
몇 년 만에 문득 들려온 이 음악이 햇빛에 부딪히며 나의 어딘가를 건드렸다. 반가움이었을까, 위안이었을까, 아니면 눈부시도록 행복한 이 순간에 대한 반응이었을까.
조금 전 있었던 요가 수업이 떠올랐다. 오늘은 처음으로 빈야사 요가에 도전해 보았다. 동작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며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물 흐르듯 시퀀스가 이어지고 있었다. 눈앞 창가의 곧게 뻗은 나무가 된 듯 몸이 흐르고 뻗어나가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숨은 안 차는데 힘이 들었다. 정신이 점점 아득해지는 느낌. 마치 명상을 할 때처럼 몸은 여기 있는데 주변과 멀어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좋았던 느낌이 두려움의 경계에 이르는 듯했다. 멈춰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 동작을 쉬어가며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수업 후 원장님과 얘기를 나누는데 처음이라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셨다. 나의 컨디션을 충분히 설명드렸던 터라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즐겁게 잘 따라와 주고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셨다. 마음이 놓이고 기뻤다. 그리고 하면 할수록 이곳이 나와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절로 명상이 되는 그런 곳.
그 감정을 느낀 뒤 찾아온 <가브리엘스 오보에>에 나는 울컥한 것일까.
'애썼어, 잘하고 있어, 잘 이겨내고 있어, 좋아하는 것을 잘 찾았어, 잘 살고 있어.'
이런 말들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모처럼 너무나 좋은 날씨를 맞이하고 있다. 극심한 미세먼지, 그리고 봄비 뒤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오늘을 맞이했다. 미세먼지 어플의 대기질은 보란 듯이 쨍한 파란색을 뽐내는 그런 날. 이따 아이와 동네 산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그런 날. 모든 것이 감사한 그런 날.
나의 삶도 지금 그러한 것 같다. 4월의 한가운데, 육아휴직의 한가운데, 그리고 삶의 무언가 중 한가운데에 서 있다. 오늘의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멀리서 봤을 때 대체로 평탄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때때로 덜컹거리고 두려워하며 주저앉는다. 쉽게 당황하고 긴장하며 좌절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오래 껴안는다. 그렇지만 반대로 나는 금세 감상에 빠지고 깊이 감동한다. 오늘의 음악처럼 말이다.
내 삶의 지휘자는 나 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기 쉽다. 상황이, 환경이, 타인이 나를 휘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문득 들려온 음악에 다시 자신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내가 듣고, 내가 좋아하고, 내가 느끼는 그 시간. 음악이 주는 감동은 그런 것이 아닐까. 잠시 주위를 차단하고 오롯이 나로 있는 시간.
그렇게 <가브리엘스 오보에>를 반복해 들으며 오늘의 감성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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